삼촌은 도축업자
사실 피 묻은 칼보다 무서운 건
삼촌이 막 잡은 짐승의 살점을 입에 넣어줄 때,
입속에 혀를 하나 더 넣어준 느낌
입속에선 토막난 혀들이 뒤섞인다.
혀가 가득한 입으론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
고기에서 죽은 짐승의 체온이 전해질 때
나는 더운 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바지 입고 오줌을 싼 것 같다.
차 속에 빠진 각설탕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녹아내린다.
네 귀와 모서리를 잃는다.
삼촌이 한 점을 더 넣어준다면
심해 화산의 용암처럼 흘러내려
나의 눈물은 금세 돌멩이가 될 것 같다.
칼보다 무서운 건 아직 따뜻한 체온이 남아 있는 육고기 한 점이다. 혀와 뒤섞이는 또 다른 혀는 일종의 폭력이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는 폭력에 그는 바지를 입은 채 오줌을 싼 것처럼 속수무책이다. 으… 뜨거운 물 속에서 조용히 모서리가 사라지는 각설탕처럼 녹아내리는 그의 의식의 저 깊숙한 곳에서 솟는 눈물은 금세 용암처럼 굳어버릴 것 같다. 정말 세상엔 차마 삼킬 수 없는 슬픔이 있다. 그러나 시인은 곤란한 척 제 혀를 깨물어 먹으면서도 피를 뚝뚝 흘리며 웃는 그런 존재이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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