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한방상식> 사계절 자연에 순응하는 생활

일반적으로 건강하게 살려면 규칙적으로 살아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일례로 사시사철 11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등등. 하지만 계절에 따라 자연이 변하는 것처럼, 사람의 일상주기도 변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고 우주의 모습과 닮은 삶을 살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사계절에 맞게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일까. 동의보감에는 이 내용이 잘 나타나 있다.

 

봄철 석 달은 발진(發陳)이라고 한다. 묵은 것에서 새 것이 생겨난다는 뜻으로 천지간에 생기가 다 발동하여 만물이 소생하고 번영한다는 뜻이다. 이때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원을 산보하고,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고 느긋하게 하여 마음을 유쾌하게 가져 생겨나는 만물에 대해 그 생장을 도와주고, 주기는 하되 빼앗지는 말아야 하며 상은 주되 벌은 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간(肝)을 상하고 여름에 가서 추위를 많이 타거나 자라게 하는 힘(奉長)이 적어지게 된다.

 

여름 석 달은 번수(蕃秀)라고 한다. 번이란 ‘무성하다’는 뜻이고, 수는 ‘열매를 맺다’는 뜻이다. 즉 번수란 만물이 번창해 많은 열매를 맺음을 의미이다. 이때에는 천지의 기가 서로 합쳐서 만물에는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게 된다.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며 햇빛을 싫어하지 말고 성을 내는 일이 없게 하여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사람의 양기가 밖의 기운과 잘 통하게 해야 한다. 겨울과 비교해보면, 여름철은 상대적으로 발산의 계절이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여름에 양기를 발산시키지 않으면, 몸속에 열이 가득 차서 병을 얻을 수 있다. 몸속에서 양기가 가장 많은 부위가 심장이다. 양기가 많은 심장에 열이 더해지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서적으로는 항상 행복하고 편안하게 지내야 하고, 특별히 매사에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몸속의 기운이 자유롭게 순환하고, 외부의 환경과 몸속의 오장육부가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다. 만일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열기가 머리로 올라 더위에 손상을 당하기 쉽다. 여름을 잘 지내면 가을에 병이 생기지 않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심장을 상하고 가을에 가서 학질이 되고 거두는 기운을 도와주는 힘(奉收)이 적어지게 돼 겨울에 가서 중병이 된다.

 

봄철은 편안하고 느긋하게

 

여름엔 매사에 불평 말고

 

가을·겨울엔

 

지나친 활동 삼가며

 

몸과 마음을 조용하게

 

가을 석 달은 용평(容平:만물을 거둬들이고 다시는 성장하지 않음)이라 한다. 이때에는 하늘의 기운은 쌀쌀해지고 땅의 기운은 깨끗해지는 시기이다. 몸의 기운들은 여름에 흩어졌던 양기가 몸 속 깊숙한 부위로 모이게 된다. 이때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닭이 울 때 일어나서 마음을 안정하고 가을 기운에 적응해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없게 함으로써 폐의 기운을 맑게 유지해야 가을에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다. 의욕을 앞세워 지나치게 활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고 지나친 활동은 양기를 발산하게 되고 폐가 약해져 겨울에 설사를 하게 되고 간직하는 기운을 도와주는 힘(奉藏)이 적어지게 된다.

 

겨울 석 달은 폐장(閉藏:만물이 조용히 휴식하며 준비하는 시기)이라고 한다. 물이 얼고 땅이 얼어 터지며 양기가 요동하지 못하는 시기다. 이때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될 수 있으면 해가 뜬 뒤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양기가 몸 속 깊은 부위에 머무르므로 마음과 몸을 조용히 쉬어야 한다. 만약 운동을 지나치게 해서 땀을 많이 흘리거나 술을 마셔서 일시적으로 양기를 증가시키면, 신장이 나빠질 수도 있고, 봄에 가서 손발이 차지게 되는 위궐병이 생기고 봄에 나는 기운을 돕는 힘(奉發)이 적어지게 된다.

 

정리하면 무엇이든지 일정하게 하는 것 보다는 자연에 맞춰 변화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사계절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첫째, 잠은 해시계에 맞춰서 일어나고 자도록 한다. 둘째, 운동은 봄과 가을에는 적절하게 몸이 덥혀질 수 있도록 하고 여름에는 땀을 적당히 흘리도록 하며 가을에는 되도록 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셋째, 마음가짐은 봄에는 벌을 주지 말고 칭찬을 많이 하고 여름에는 긍정적으로 불평을 하지 않으며, 가을에는 활동적인 것 보다는 안정적으로 천천히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건강에 좋다. 문의 (02)804-7775

 

김영동 광명시한의사회장·금동한의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