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2곳뿐 ‘원정 화장’ 고생길
강원 7곳·경북 10곳 운영… 도내 희망자 중 화장시설 이용률 46% ‘전국 최하위’
이제 우리나라도 장례 방식의 중심에 ‘화장’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사망자 10명 가운데 7명이 매장이 아닌 화장되고 있으며, 화장 수요는 계속 늘어 20년 뒤에는 화장률이 8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화장시설이 절대 부족하면서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화장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화장대란, 어떻게 하나’라는 연속기획을 통해 화장의 실태와 선진국 사례 등으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최근 아버지 유골을 납골당으로 이전하려는 최모씨(56·안성시)는 이장을 위해 불법 화장까지 해야 할지 고민이다. 최씨는 고향 안성에 종중납골당이 설치되면서 선친을 납골당으로 모셔야 하지만 묘지개장 절차는 물론 화장 문제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안성에는 화장장이 없어 화장장이 있는 수원이나 충북까지 유골을 운구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최씨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불법이긴 하지만 묘지에서 개장하면 싼 가격에 화장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정식 이장 절차를 밟고 이전하려면 화장과 운구비용으로만 250만~300만원이 들지만 인부 2명과 포크레인 등만 있으면 묘지 현지에서 인건비와 수의, 제사 비용을 모두 포함해 150만원 정도에 화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종중납골당에 모시게 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시고 다른 지역에 가서 화장을 한다는 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아버지께서 불법화장까지 생각하는 못난 아들을 용서하실까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천1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경기지역의 화장시설은 수원연화장과 성남영생사업소 2곳이 전부다. 인구 150만명의 강원도는 경기도에 비해 3배가 많은 7곳이 운영 중이며, 271만의 인구가 거주하는 경상북도에는 무려 10곳의 화장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의 동일지역 화장시설 이용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화장장을 이용하려는 도민 절반이 ‘원정 화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20년새 국내 화장률이 3배 이상 상승한 가운데 2009년 기준 경기지역의 화장률은 72%에 달하지만 경기도내 화장장 2곳의 실제 처리 능력은 전체 화장자 수의 86% 수준에 머물러 사실상 화장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시신을 운구하거나 3일장을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국토 잠식 등 매장에 따른 부작용과 화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커지면서 오는 2030년 화장률은 80%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돼 화장장의 대규모 신설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넘치는 화장 수요에, 1 지자체-1 화장시설 설치를 규정한 장사법 개정까지 뒤따르면서 경기도내 자치단체마다 화장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곳곳이 ‘벽’이다. ‘필요하지만 내 주변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에서 인센티브, 그린벨트 해제 논란까지 갖가지 이유로 화장장 신설은 해법없이 표류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핵심사업으로 화장장을 추진하지만 장소를 확정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며 “화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화장장에 대한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재환·장혜준기자 j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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