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한방상식> 한 박자씩 늦추면서 심신의 균형을 잡자

세 살 어린아이부터 여든 노인까지 다들 바쁜 세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느리게 천천히 가자는 말들이 나온다. 안팎으로 너무나 휘몰아치는 삶에서 이제는 나와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리 바쁠 일도 없는데 늘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은 이 서두름에 의해 심신이 지쳐 피로가 쌓이면서 병이 생기게 된다.

 

바쁘게 움직인 만큼 편하게 쉴 수 있는, 받은 만큼 덜어 낼 수 있는, 섭취한 만큼 잘 걸러 낼 수 있는, 이런 균형 조절이 건강에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찍이 동양의학에선 받아들임과 내어놓음, 즉 음과 양의 대비로 인체를 설명했다.

 

또한 간, 심, 비, 폐, 신장 이른바 다섯 장기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잠이 부족할 정도로 과한 업무에 시달리면 피로를 걸러 몸을 회복시켜주는 간 기능에 장애가 나타난다. 또 극단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가슴에 있는 심장에 이상이 생기며, 폭식과 과음은 비위장이 탈을 일으킨다.

 

여기에다 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사물, 사람에 대한 과한 욕심으로 담기만 하고 내려 놓지 못하면 혈당과 혈압 등이 올라가고 혈관에 찌꺼기가 켜켜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늘 스스로 알아서 항상성을 유지하며 치료하던 우리 몸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져 균형이 어긋나면서 각종 질환이 생기게 된다.

 

천천히 마음 가라앉히고 취미활동·운동 등

 

쉬어가기 하며 생활하면 건강유지에 효과적

 

그래서 가끔씩은 천천히 호흡하기,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덜어내기 위한 취미활동이나 운동하기, 하루 세끼 제 시간에 적당히 골고루 먹기,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여 한꺼번에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하지 말기 등 일을 한 그만큼 꼭 쉬어가기를 염두에 두며 생활하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매사에 조급하고 성미가 불같은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은 좀 천천히 한 박자씩만 늦추면서 말하고 움직여야 몸에 무리를 덜 수 있다. 반대로 느긋하고 무던한 사람들은 오히려 미루지 말고 제때 바로 움직이고 처리해야 균형이 깨치지 않아 병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 체질이란 것이 나오게 된다. 흔히들 사상 체질을 생각하는 데 그것 또한 한의학에서 나눈 거지만 체질이란 게 결국은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와 성정이 각기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가족력을 자세히 관찰하면 개인의 특징적인 체질, 즉 심혈관계, 호흡기, 소화기, 배설장기의 허와 실을 진단하기에 아주 중요한 점이 된다.

 

우리들 자신은 나이가 들수록 부모의 성정과 신체적인 특성이 닮아간다. 그래서 본인의 신체적 내면적 특이성을 가족력과 더불어 잘 관찰해 잘 발산하는 체질인지, 잘 담아두는 체질인지 보다 정적인지, 동적으로 치우치는 지를 분별해 받아들이고, 음과 양의 조화를 생각해 일하고 생활하고 골고루 먹고 쉬면 그게 건강을 유지하고 여러 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의학은 이러한 유기체인 종합적 관점에서 인체를 보는 바, 예방의학적인 면과 치료의학적으로도 각 개인의 특수성을 잘 감별해 진단 치료하는 우수한 점들이 있다.

 

각종 양방의학적인 신체검사로 건강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양방적인 검사 결과에 이상이 왜 나타나게 됐는지 보다 근본적인 진찰을 한의학적인 부분에서 진단해 보는 것 또한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강한 생활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문의 (031)957-5747

 

이용석 파주시한의사회장·파주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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