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란, 어떻게 하나?] (完) 화장장, 환골탈태의 시험대에

정재환 기획취재팀 j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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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내가족·이웃이 쓸 ‘생활시설’로 인식부터 바꿔야”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 ‘화장장’. 인간은 태어나면 죽는다. 최근 장묘문화를 보면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화장장을 이용해야 하는 예비 고객이다.

 

나와 가족, 이웃, 후손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시설이며 그 어떤 시설보다 성스럽고 고귀한 이미지로 인식돼야함이 마땅하다. 경기도내 각 지자체는 화장장 건립에 따른 주민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올려놓을 지하철이나 정부기관, 기업, 학교, 병원 등 시설들은 앞다퉈 유치하려고 기를 쓰는 현실 속에서 내집 옆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선뜻 반길 사람은 별로 없다. 화장장 설치 주체의 진정성 있는 설득 과정과 확실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와 함께 주민들도 생활과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 유치에 대한 인내와 배려가 절실하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환경친화적인 시설 건립으로 혐오시설의 인식을 탈피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있게 모색하고 민·관 갈등, 지역 간 이해 관계 조정을 위한 기구 설치와 관련 법규 제정 등 지역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위기 해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지역 이기 이렇게 극복했다

 

충청북도 청주시 목련공원(화장장)은 전국 장사시설 건립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면서 화장장을 건립하려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견학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3월 화장장 설치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청주시는 화장장 설치 예정지에 거주하는 주민과의 간담회를 통해 화장장 설치의 필요성과 화장장 건립에 따른 각종 지역개발사업 수혜 등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면서 주민 갈등을 해소했다. 청주시는 화장장 건립에 따른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토론회, 사업 관련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외 장사시설을 견학토록하는 등 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홍보를 꾸준히 펼쳤다.

 

그러나 최종 부지가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산4번지로 확정되자 곧바로 월오동 주민 250여명으로 구성된 ‘월오동 화장장건립반대추진위원회’의 반대집회가 연일 이어졌고, 청주시는 지역주민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지역에 체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월오지역 종합개발계획’까지 수립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월오주민협의체는 수변위락공원 조성,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주민 소득사업, 가족위락공원 설치, 청소년 수련원 건립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요구했다.

 

결국 오랜 대화와 끈질긴 설득 끝에 주민들이 종합개발계획을 협의해 받아들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묘지난·장례비용 해결 위한

주민 의견수렴·지속적 설득

민·관 갈등 이해관계에 대처

위기해결 시스템도 필요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지역 간 공동화장장 건립 땐

복지환경·경제 활성화 한몫

최근 친환경 수목장도 대안

 

하지만 새로운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장 건립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지난 2006년 월오동 일원에 노인복지마을 건립이 구체화되자 월오동 주민들은 당초 시와 맺은 협정서에 요양·장애·재활시설 설치를 제한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민간인 노인복지타운조성을 반대하고 나섰고, 해당 지역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까지 신청하기에 이른다.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마침내 숙원사업이었던 화장장 건립이 마무리됐다.

 

지난 1984년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이래 청주시는 시행 착오를 면밀히 분석하고 전국 우수사례에 대한 견학과 벤치마킹을 쉼없이 진행했으며, 관련 공무원들은 화장장 건립 필요성과 이미지 개선사업 현황을 자정을 넘겨가며 수시로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 잘 지은 화장장, 지역경제 효자

 

어렵게 건립된 청주 목련공원과 수원연화장은 이용이 계속 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10일 254억여 원을 들여 개장한 청주 목련원의 화장 건수는 개장 이후 석달간 729건으로 1일 평균 8건의 화장률을 보였지만 지난 2008년 5천191건(1일 평균 14.3건), 2009년 6천247건(17.1 건), 지난해 5천898건 (16.2건)의 실적을 나타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화장 수요까지 몰리면서 목련공원의 지난해 매출은 17억원에 달했다. 또 기존 수원시립화장장의 이전 요구에 따라 지난 2000년 8월 준공된 수원연화장은 지난 2009년 1만420건(1일 평균 28.5건), 지난해 9천989건(27.3건) 등 지난 2006년 이후 하루 평균 25건 이상의 화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장례식장을 지역주민이 운영하고 있는 수원연화장 승화원(화장장)과 봉안당, 유택동산(자연장) 등의 매출은 지난 2009년 72억6천여만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74억200만원으로 늘었다.

 

수원연화장 관계자는 “시민들을 위해 건립되는 화장장이 주민 반발로 인해 사업 추진이 안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면서도 “무분별한 화장장 건립보다는 앞으로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지역별 공동 화장장 건립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자연친화적이고 선진적 장묘방식인 수목장(자연장)은 묘지난과 부담스러운 장례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수목장을 포함한, 잔디장, 화초장 형태의 자연장은 전국적으로 131곳(공설 14곳·사설 117곳)에 달하며, 경기도내에만 43곳(공설 5개·사설 38개)에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묘지나 납골묘, 납골당에 비해 이용료가 저렴하고 공원 형태로 조성돼 인근 주민들에게도 친환경적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방식으로 기존 묘지 형태를 자연물인 수목으로 대체,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개장한 용인의 한 수목장은 향나무와 소나무 등 1천800여주를 식재했으며 수목 주변에 유골 2만여기를 안치할 수 있다. 수목장은 일반 묘지의 시신 2구를 안장할 수 있는 약 13.22㎡의 넓이에 최대 유골 80기를 안치할 수 있는데다 공동목부터 부부목, 선산식 가족목, 종중수목장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있다. 특히 유골함은 1~2년 정도 지나면 자연 분해되도록 제작돼 부모를 안치한 자리에 후손들이 안장될 수 있어 추가 비용없이 영구 사용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선진 장사시설로 손꼽히는 부산 영락공원은 15기의 화장로를 갖춘 화장시설로 3만4천여개의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도록 조성된 메머드급 공동장사시설로 고인의 유골을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산골장(散骨葬) 시설인 정자 형태의 ‘영락정’을 조성해 유족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기획취재부=정재환·최원재·장혜준기자j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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