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지 화학물질 매립’ 부천 오정동 주민설명회

“고엽제 묻혔을지 누가 아느냐” 울분

주민들 “수십년간 재산·정신적 피해… 화학물 매립까지” 충격

 

부천시 오정동 일대 옛 미군부대 ‘캠프 머서’ 부지의 화학물질 매립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부천에서 60년 이상을 산 원로가 옛 캠프 머서 부지의 화학 부대가 위치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ekgib.com

 

“수십년간 군부대 때문에 피해를 겪었는데 이제 화학물까지 매장됐다니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25일 오후 2시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주민자치센터 3층 다목적 회의실. 이봉호 시 환경보전과장의 주민설명회를 들은 주민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오정동에서 70년 가까이 살아온 원로 주민 7명과 통장 등 주민 30여명이 모여 사건 경위와 시의 대응방안에 대해 경청했다.

 

이 과장은 “현재 화학물질이 묻은 마스크와 고무장갑 등이 두 드럼 반 정도 매립됐다고 퇴역 미군이 증언했다”며 “시는 국방부와 경기도 등 관계기관과 공동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민들 중 한 사람은 “어떻게 그것만 매립됐다고 단정할 수 있냐. 그 외에 다른 고엽제와 오염물질이 묻혀 있을지 누가 아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설명회가 끝나자 지역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미군부대 주둔 당시를 회상했다.

 

남기호씨(68)는 “당시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까지 미군부대 내에는 여월동산이라는 돌산이 있었다”며 “원래는 서울시 강서구 오쇠동에 미군 주력 부대가 있었고 오정동에는 화학부대와 포병부대가 주둔해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병철 오정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부대가 오정동에 자리 잡으면서 재산·정신적 피해가 많았는데 이제와서 화학물질까지 매립됐다는 증언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흥분했다.

 

또 오정동 주민참여예산 남오삼 부위원장은 “형식적인 주민 참여 조사가 아닌 주민들과 함께 땅을 파고 그 결과를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민과의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부천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이날 진상조사 함께 주변 환경조사와 주민 건강조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부천=김성훈·김종구기자 highto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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