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오늘도 온종일
까치 산비둘기와 살았습니다
늘 고만한 키, 생전에 입던 잠바
색 바랜 운동모 쓰고
먼발치에서 보면 누구라도
신씨 노인 이 땡볕에 또 밭에서 일하네
라고 중얼대며 오갔을 겁니다
화투놀이 끝에 격조했던
읍내 사는 친구 한 분은
버스를 타고 마을 회관 앞을 지나다
비탈밭에 수그리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지켜보다
끝내
말을 걸고 말았답니다
콩이며 참깨며 녹두며 호박이며 감자포기들 돋아난 비탈밭, 년 전에 돌아가신 신씨 노인이 평생 서리서리 땀방울 쏟던 곳, 못 잊어서 그 새 궁금해서 또 거기 와 서있다. 겁 없이 옥수수 어린 포기를 쪼는 까치랑 산비둘기랑은 더러 못 본 척 외면하고 가깝게 지내던 이웃집들 이윽히 내려다본다. 안녕하냐고..., 안녕하시냐고, 그간 자네도 잘 지냈느냐고, 지나가던 친구 분은 또 쉬엄쉬엄 하라고, 읍내 가서 국밥에 막걸리나 한 잔 하자고 손목을 덥석 잡았다가 쓸쓸히 돌아섰겠다. 이 땅에 발을 묻고 살았던 농삿꾼들은 저렇게 다시 온다. 돌멩이든 풀이든 나무든 무엇으로든 다시 돌아와 이 땅의 안부를 묻는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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