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냐, 홀로서기냐… 치과의사의 고민

“가격 경쟁으로 국민건강 해칠 것” 비판도

“치과 운영!! 혼자서 너무 어려우시죠? 저희가 함께 고민해 드리겠습니다. ☎xxx-0000. 전화를 하면 모든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빚도 갚고, 직원도 관리되고, 환자는 바글바글해 행복해진다. 전화를 하지 않으면 환자는 없고, 부채는 늘고, 직원도 떠나고, 치과도 망하고, 가족도 떠난다.”

전국에 107개의 지점이 있는 네트워크 치과 유디(UD)치과병원이 최근 전국의 치과의원에 배포한 광고 우편물이다. 자극적인 표현 때문에 많은 개원 의사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지만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네트워크 치과가 급속히 번지고 있고 동네 치과의사들은 이 흐름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네트워크 치과의 시작은 예치과병원이다. 1992년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예치과는 1994년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 지금은 전국에 65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예치과의 성공에 자극받아 한때 미르, 모아 등 네트워크 치과가 비온 뒤 대나무 싹솟듯 생겨났다.

몇 년 전부터는 다른 치과의사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업형 치과 네트워크’가급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파격적 치료비에 동네 치과의사들은 따라갈 수조차 없는 마케팅 기법과 서비스로 환자들을 ‘싹쓸이’했다.

특히 유디치과 본점은 예치과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지만 2000년대에 적극적으로 세를 확장해서 2011년 5월 말 현재 국내 107개 지점과 미국 4개 지점이 문을 열었다.

 

네트워크 치과들이 떠오르자 동네 치과의사들은 유디치과, 룡플란트, 석플란트를 ‘3대 공적’으로 규정하고 타도를 외치고 있다. 4월 열린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선 모든 후보들이 ‘네트워크치과 척결’을 공약의 맨 앞자리에 내세웠다.

최근에는 ‘또 다른 성공 네트워크’를 꿈꾸는 소규모 네트워크 치과병원들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3, 4개 의원이 연합한 ‘꼬마 네트워크 치과병원’인데, 상당수는 장차 수 백 개의 네트워크 치과병원으로 성장한다는 꿈을 꾸고 있다.

개원 꿈꾸는 치과의사 유혹하는 네트워크의 매력

해마다 1000개가 넘는 치과의원이 생겨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폐업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치과의원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개업한 치과는 1135곳, 폐업한 치과는 643곳이다. 네트워크 치과는 위험성, 체계 등이 안정됐기 때문에 개원을 고민하는 의사에게는 매력적인 유혹이 될 수 있다.

지방대 출신인 A씨는 5년 전 서울 지역에 치과의원을 개원했다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했다. A씨는 우연히 B네트워크 치과에서 개원 관련 상담을 받고 같은 지역에 다시 문을 열었다. 구강외과 전공이라는 장점 덕분에 A씨는 개원과 함께 임플란트시술을 할 수 있었다. 하루에 임플란트만 20~30개씩 시술해서 매일 2000만~3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단독 개업할 경우보다 실패할 위험이 적고 △경험과 노하우를 지원받아 손쉽게 개원할 수 있으며 △공동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치과 개원은 계속 늘고 있다.

“저가 경쟁의 피해는 국민에게”-비판

치아 1개에 치료비 200만원을 넘나들던 임플란트 시술. 최근 네트워크 치과를 포함한 의원 및 병원의 저가 경쟁으로 49만원까지 내려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저렴한 가격은 반가운 일이지만 재료나 치료의 질에 의심이 들기도 한다.

네트워크 치과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네트워크 치과의 부작용으로 △재료나 치료의질이 낮은 덤핑 시술 △실장, 간호사가 진료하고 의사는 시술만 하는 시스템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한 치과 진료에 의사의 책임감 부재 등을 꼽는다.

 

치과 치료는 특성상1~2년 내에 잘못된 점이 그리 표시나지 않는다. 보철물이 망가지는 등의 부작용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때가 되면 과거 시술했던 월급의사는 이미 병원을 그만두고 없다.

한 동네 치과 원장은 “대개 스케일링을 공짜로 해준다는 광고 등으로 소비자를 꾀어 임플란트, 교정 등을 권한다”며 “4만~5만원하는 스케일링을 공짜로 해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저렴한 가격과 소나기 식의 홍보는 주변의 다른 치과를 죽이는 것은 물론 국민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치과 원장도 “돈을 싸게 받으면 어떻게든 수익을 내기 위해 과잉 진료 및 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신경치료만 하면 살릴 수 있는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C네트워크 치과에서 월급의사로 일했던 D씨는 “환자를 위하기보다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시스템이 싫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치과 실장이 고객 상담을 끝내면 월급의사가 대기하고 있는 방으로 와서 시술 의사를 지명한다. 해당 의사는 실장이 마련한 치료계획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불법네트워크 치과를 척결하기 위해 김세영 신임 회장을 수장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세영 회장은 지난 4월에 열린 치협 회장 선거에서 “불법 덤핑 네트워크 치과가 전국 곳곳을 쓰나미처럼 휩쓸면서 풀뿌리 동네 치과들이 한순간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며 “네트워크 치과 척결을 직접 진두지휘해 반공동체 행위에는 일말의 관용도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네트워크 치과 관계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싸게 책정한 것인데 덤핑 진료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진료 스태프의 테크닉이 뛰어나서 치료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그만큼 빠른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네트워크 치과만이 아니라 치과 관계자 모두의 양심에 관한 것”이라며 “환자가 직접 와서 경험하고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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