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규정 빌미 미군 ‘오염 책임 없다’ 버티기
■ 소송 이겨도 미군 지급 거부
이정희 국회의원(민노당·비례)이 법무부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는 지난 2003년 SOFA 협정 관련 미군기지 환경오염 소송은 모두 7건이며, 대법원에서 국가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것은 3건이다. 또 나머지 4건은 현재 1심이나 2심을 진행중이다. 유류오염으로 인한 서울 용산기지 소송이 3건이며, 군산 미공군기지 소송 2건, 파주와 원주 미군기지 소송이 각각 1건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3건의 미군기지 기름유출 오염사고 정화비용을 미군에 청구했지만 주한미군측은 우리 정부가 청구한 3건에 대해 모두 부동의 입장으로 정화 비용의 지급을 거부했다. SOFA 협정 제5조 2항을 지급거부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어떠한 환경오염 사고를 발생시키더라도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에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정부는 서울 녹사평 유류오염으로 서울시에 37억6천600만원을 지급했고, 원주시에 2억2천만원, 군산시에 6억3천300만원을 지급했지만 주한미군은 지난 2003년 원주시에 환경오염 1차 조사비용으로 3천263만원을 배상한 것이 전부다. 이와 함께 화성 쿠니에어레인져(매향리 사격장) 소음피해와 군산 미공군기지 소음피해 등 5건의 소음피해로 모두 174억원에 대해 주한미군이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 ‘위법 행위에 면죄부 없다.’ - 지자체 잇따른 승소
실제로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소재 주한미군 기지에서 유츌된 유류로 인해 인근 토양 및 지하수가 오염된 사건에서 군산시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지난 2008년 12월 이 판결에 불복해 대한민국은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또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에 의해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의 판결 요지는 SOFA협정 5조 제2항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시설 및 구역의 적법한 사용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피해에 대해 면책되는 것일 뿐, 환경오염 등 적법하지 못한 사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에도 면책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환경오염 등 적법치 못한 사용은 면책될 수 없어
미군기지 환경오염 소송 7건 중 3건 국가패소 판결
주한미군, 정부 오염사고 정화비용 청구도 묵묵부답
또 서울시는 서울 용산 녹사평 일대 시 소유의 토지가 미군의 유류저장시설 관리 부주의로 휘발유와 등유가 유출돼 피해를 입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원심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서울고등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해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 가해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하지만 공해나 오염의 경우 가해자가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재철 법무법인 마당 대표변호사는 “주한미군이 환경오염 행위를 통해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는 우리 민법 소정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며 “미군 환경오염의 위법성과 피해 현황이 입증된다면 손해를 입은자는 충분히 배상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명균 경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주한미군기지는 SOFA 협정에 의해 미군이 배타적으로 사용, 통제할 권한을 갖기 때문에 환경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조사권이 없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며 “기지 밖까지 영향을 미치는 환경사고가 발생할 경우 미군이 원칙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기름띠 등을 확인한 주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미군이 오염 정화 범위를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으로 한정하고 있어 국내 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한 추가 정화 비용은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토양과 지하수를 직접 오염시킨 경우 이외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사격장주변 소음피해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기획취재부=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인터뷰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SOFA 협정 개정… 적극적 대응장치 마련해야”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미군기지 환경오염 소송과 관련해 법무부와 환경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한미군은 그동안 기름유출 등 오염사고 정화비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청구에 대해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어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13일 밝혔다.
“피해도 배상도 우리가…
주권국 국민으로 납득 못해”
이 대표는 “주한미군이 정화비용 부담을 거부하면 결국 우리 국민들이 낸 혈세로 주한미군 환경오염 범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해도 우리가 받고 배상도 우리가 하는 등 주권국가의 국민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이 SOFA 협정을 근거로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 법원의 판결을 철저히 무시한 지극히 오만무례한 주장에 불과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불평등한 SOFA 협정의 개정 등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획취재부=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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