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찬 들국화길
가슴 물컹한 처녀 등에 업고
한 백리 걸어보고 싶구랴
어디, 저 노총각에게 시집 갈 여자 없수? 농사는커녕, 송곳 하나 꽂을 땅뙈기도 없고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지은 죄도 없이 스스로 강화도 허름한 빈집에 유배된 남자, 날마다 봉당에 나와 앉아 집 앞에 펼쳐진 바다와 갯벌을 형형한 눈빛으로 갈아엎는 시인, 우직하게 시를 짓는 저 노총각 따뜻한 등에 업힐 여자 없수? 아직도 순정을 믿는 여자 없수? 송편에 참기름 발라놓은 것처럼 뺀질뺀질한 남녀들이 득세하는 세상에 이제 사라지고 없는 마지막 천연기념물 같은 저 순정파 시인의 넓은 등짝에 스스로 한 생을 유배시킬 여자, 천리 만리 발걸음도 가볍게 들쳐 업고 가고 싶은…, 어디, 그런 묵직한 여자 없수? <이덕규 시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