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산재신청 가능성 열려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직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 행정법원은 23일 판결에서 “두 사람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미약한 전리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병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은 주로 20~30대에 발병하며 전혀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뇌와 폐에서 출혈과 폐렴 등의 증상을 보이며 1~2개월 내에 사망한다.
발병 원인은 다양한데 유전적 소인 외에도 방사선 노출, 벤젠, 페인트, 방부제, 제초제, 전자장 등의 화학약품과 직업성 노출 등이 꼽힌다. 이번에 산재를 인정받은 사망자와 생존자는 노후한 반도체 공장 세척시설에서 근무하면서 유해한 화학물질에 약 2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질병과 산업과의 관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는 직장에서 벤젠과 방사능에 10년 이상 노출 되었을 경우만 산재로 인정해 주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벤젠과 방사능 외에도 유해물질에 단기간 노출이 되어도 백혈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해 준 것”이며 “앞으로 백혈병 환우들이 적극적인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산재 인정된 ‘골수성백혈병’이란? >
백혈병이란 혈액속의 백혈구에 발생한 암을 말한다. 뼈의 내부에는 골수라는 엉성한 조직이 있어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의 혈액 세포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 백혈병이란 비정상적인 백혈구(백혈병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정상적인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의 생성이 억제되는 병이다. 정상 백혈구는 몸에 침입한 병원균이나 이물질을 분해하고 몸에 항체를 형성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줄어들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핏속에 세균이 가득차는 패혈증이 일어날 수 있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줄어들면 빈혈 증상(어지러움, 두통, 호흡곤란)이 생긴다. 출혈이 있을때 피를 응고시키는 역할을 하는 혈소판이 줄어들면 상처가 나도 피가 멎지 않는다. 또한 과다 증식한 백혈병 세포 자체로 인하여 고열, 피로감, 뼈의 통증, 설사, 의식저하, 호흡곤란,출혈 경향도 일어날 수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백혈병은 악화되는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고 암세포의 출처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나뉜다.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의 줄기세포가 암을 일으켜 백혈구의 아기세포를 과다하게 만드는 병이다. 이것이 골수 조직을 침범하고 기능에 이상을 일으킨다. 만성은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지만 급성은 며칠이나 몇주만에 발생, 악화돼 몇 개월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백혈병의 90%는 급성이며 이중 65%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차지한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는 글리벡이란 좋은 약이 나와 있지만 급성은 그렇지 못하다.
▶발병원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 원인을 밝히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 다음의 네가지원인에 의해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거나 암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1) 유전성 소인: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본인의 발병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다운증후군 을 비롯한 몇몇 유전성 질병이 있는 사람도 위험군이다.
2) 방사선 조사: 원자폭탄이 투여된 지역의 주민, 치료를 위한 X선에 노출된 환자, 방사성 원소인 라듐에 노출된 노동자 등이 위험하다.
3)화학약품과 그 밖의 직업성 노출:벤젠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 페인트, 방부제, 제초제, 살충제, 전자장에 노출되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이번 산재 판결은 발병 원인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4) 항암 화학요법제: 항암제, 특히 알킬화제와 토포아이소머라제 II 억제제를 쓴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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