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간다
밥값이 싸서
허기진 호주머니 깊숙이
체면을 구겨 넣은 남자들이
식당마다 줄을 서는 곳
나는 강원도 집에 들러
낙원의 명물인 돼지머리고기를 시켜놓고
고름 같은 막걸리를 마신다
껌을 든 노인이 내 앞에 선다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흘리며,
저토록 악착스럽게
피골에 달라붙은 그의 목숨도
서른 살까지는 상쾌하게 씹혀으리라
접시 한쪽 구석에
젓가락질 한번 받지 못한 채 식어가는
두툼한 비계를 베어 문다
하악에 힘주지 않아도
물컹, 비계 속으로
이가 푹 박혀버린다
탄력이란 그런 것이다
제 몸에 박히는 세월의 일격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스무 살 겨울 강진 백련사에 가서 보았다. 시뻘건 동백꽃이 시들기도 전에 모가지 째 뚝뚝 떨어지는 것, 그때 나는 늙어 죽는다는 것은 어쩌면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모두들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고 팽팽한 탄력으로 밀어붙인 젊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왼손에 도끼 들고 오른손에 창검 비껴들고 오는 白髮 막아봤자, 다 헛일이라고 옛 어른들 말씀하셨던가, 탱탱하게 물오른 살들도 세월의 잔 펀치에 쭈글쭈글해지는, 그 세월의 무자비한 폭력을 조용히 부드럽게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탄력의 진수임을 알겠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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