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오는데 내다 팔 물건이 없어"

안산 포도농장 출하 앞두고 하루아침에 쑥대밭
인근 채소단지 농작물도 썩어가… 농민들 막막

“추석 대목은 다가오는데 내다 팔 물건이 없어요”

 

9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면의 한 포도농장.

 

태풍 무이파에 포도나무 비닐하우스 2개동이 뒤집어지는 피해를 입은 이재명씨(69)의 농장은 태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비닐하우스안에 심어져 있던 포도나무들은 강풍에 뿌리와 줄기가 모두 끊어져 버렸고, 비닐하우스 철골 구조물은 수리는 커녕 철거조차 힘들어 보였다.

 

이씨가 피해를 설명하는 중간중간 휘어진 비닐하우스를 일으켜 보려 애썼지만, 엿가락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휘어진 비닐하우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번 태풍에 비닐하우스가 뒤집히면서 1천만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됐다.

 

특히 이번에 피해를 입은 포도는 추석 출하를 앞두고 있던 터라 이씨를 더욱 답답하게 했다.

 

이씨의 하우스 포도는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상품(上品)으로 선주문까지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 때문에 평년 추석에는 5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평년의 절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출하를 서둘러야 할 시기에 태풍 피해를 입으면서 내다팔 물건이 없어졌다”며“지난해 태풍 곤파스의 피해가 가시기도 전에 또 태풍이 덮쳐 다른 하우스의 수확량도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이씨처럼 상품 일부를 잃은 농민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달 말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광주시 초월읍 일대 시설채소 하우스에서는 농작물이 곳곳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이 일대에서 들깨 농사를 짓는 최운섭씨(62)는 지난 집중호우로 농작물이 침수된 뒤 병해충이 발생하고, 뿌리가 썩기 시작해 모두 뽑아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 비에 1천200㎡ 규모의 밭이 모두 침수돼 들깨를 모두 갈아엎었다.

 

최씨가 들깨를 팔아 받는 돈은 1㎏당 5천원으로 수확한 것을 모두 팔아봐야 40만원도 채 되지 않지만, 한 푼이 아쉬운 그에게는 생활비로 요긴하게 쓰이던 돈이었다. 그런 들깨가 지난 집중호우에 모두 썩어버린 것이다.

 

최씨는 “들깨는 평소 잘 팔리지 않아 명절 때 한꺼번에 팔아야 하는데 밭이 침수되면서 한 톨도 건지지 못했다”며 “올해는 밭이 침수되면서 한 푼도 건지지 못해 추석 대목에도 시장에 내다팔 물건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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