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대책 새 패러다임 필요 <上> 최근 수해 다르다

예년과 달리 예측불가 폭우… 도심홍수·하천범람 동시 발생

최근 달라진 기후변화로 기존 빈도개념 수방대책으론 한계

 

4대강 공사구간·구제역 매몰지·하천위주 수방대책에 쏠려

 

십수년간 큰 수해 없어 안전 불감증도 수방대책 부실 지적

 

지난달 26~28일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경기도내에서는 사망 31명, 실종 8명 등 총 39명의 인명피해와 3천968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엘리뇨와 라니냐 등 기상이변으로 인명피해 180명, 재산피해 4천611억원을 기록한 지난 1998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피해이다.

 

도의 경우 2000년대 들어 큰 수해를 입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가위 기습폭우로 인명피해 13명, 재산피해 748억원에 달하는 수해를 입은 뒤 올해까지 연이어 큰 수해를 입자 다시한번 수해 예방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세차례에 걸쳐 달라진 기후로 인한 수방대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조망해본다.

 

이번 집중호우, 예년과 어떻게 다른가?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집중호우는 3일 동안 일평균 380.5㎜가 내리는 사상 유례 없는 폭우였다.

 

최고 강수량을 보인 의정부의 경우 일 강수량 660㎜를 기록했으며 최저 강수량을 보인 안성도 84.5㎜가 내리는 등 도내 전 지역에 강한 빗줄기가 강타했다.

 

현재 도는 하천 수해 예방 공사를 함에 있어 100년 빈도, 시간당 80㎜까지 예측해 수방대책을 수립해 놓고 있다. 시간당 80㎜ 이상의 집중호우가 오면 수해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집중호우에 대해 도심홍수와 하천범람 두가지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집중호우와는 다른 개념의 폭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번 폭우는 국지성 폭우라고는 불리기 힘들 정도로 도내 전역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로 인해 경안천, 곤지암천, 신천 등 도내 24개 시·군 777개소 19만1천791m에 달하는 하천이 수해로 손실돼 734억원의 피해액을 기록했으며 동두천, 부천, 광주 등 12개 시·군에 도심형 홍수가 발생해 주택 7천517세대가 물에 잠겨 1만1천28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22개 시·군 455개 공장이 수해를 입었으며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업소 역시 1천207개소가 수해를 입었다.

 

강상준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정책연구위원은 “이번 집중호우는 도시홍수와 하천범람을 동시에 촉발시켜 예년과 달리 피해가 더욱 컸다”며 “기존 빈도 개념의 수방대책에서 벗어나 얼마가 오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새로운 수방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무엇이 피해를 키웠나?

 

십수년만에 가장 큰 수해을 입은 도는 시간당 강수량이 수백여㎜가 쏟아져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도 안팎에서는 도의 수방대책에 대해 아쉬운 점들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도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도가 십수년 동안 큰 수해를 입지 않아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수해방지 관련 예산은 대부분 삭감되거나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동두천시의 경우 배수펌프장 증설 비용 310억원을 요청했으나 도는 가용재원이 부족하다며 삭감했으며 도 역시 광주 경안천 하류 등 23개 시·군의 홍수조절 등을 위한 생태하천 복원사업 목적으로 국비 900억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212억원만 편성돼 정상적으로 사업 추진을 하지 못했다.

 

도의회 역시 무턱대고 4대강 관련 예산이라며 주요 하천 및 지천의 치수사업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도가 올해 우기를 앞두고 4대강 사업 구간과 구제역 매몰지 관리에만 지나치게 집중해 나머지 지역에 대한 수방대책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는 이번 집중호우를 앞두고 구제역·AI 매몰지 유실 피해에 대비해 매몰지 관리담당 직원의 50%를 비상근무하도록 하고 4대강 사업장의 경우, 경기지방경찰청과 3군사령부, 교육청 등 10개 유관기관과 함께 호우 예비특보 단계부터 비상합동근무를 실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에 따라 4대강 공사 구간과 매몰지를 제외한 소하천과 도심지역은 심각한 수해를 입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밖에 그동안 도가 하천 위주의 수방대책을 세워 산사태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 동안 도내 16개 시·군에서 147건의 산사태가 발생해 224.47㏊가 유실됐으며 16명의 사망자와 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총 피해액은 318억원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도는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산사태 우려지역 305곳에 사방댐을 설치하고 올해 초 도내 급경사지 338곳를 지정해 관리해오고 있으나 정작 이들 지역은 수해를 입지 않은 것을 나타났다.

 

도 관계자는 “이번 우기를 앞두고 도의 모든 행정력이 4대강 사업 구간, 구제역 매몰지 등에 쏠려있었다. 결국 다른 곳에서는 구멍이 발생할 수밖에 없던 것 아니겠는가”라며 “수해를 더욱 키운 것은 하천범람에 비해 산사태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ju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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