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빈센트병원 ‘골반저질환클리닉’ 협진진료 수술로 큰 호응
주부 김순자씨(63·가명)는 손자·손녀들에게 ‘방귀대장’으로 불린다. 민망하게 시도 때도 없이 새어 나오는 방귀 때문이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방귀는 더욱 잦아 여간 고민이 아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친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실수라도 할 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김씨처럼 나이가 들면 방귀가 잦아진다는 주부들이 많다. 단순히 나이 탓이려니 생각하고 게의치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질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 인구의 약 30%가 갖고 있는 ‘골반저질환’이 그것. 골반저질환은 골반의 아래쪽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일컫는 말로 골반저 근육이 약해지며 다양한 증상을 야기시킨다. 이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병원장 조계순 수녀)은 ‘골반저질환클리닉’을 설립, 다학제적 접근방식을 통한 협진진료, 협진수술로 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 30%, 출산 후유증으로 여겨 방치
물 많이 마시고 고섬유식 섭취 등 도움
■ 여성 10명 중 3명이 골반저질환
골반저질환은 골반저 근육이 약해지며 생기는 일종으로 골반 내에 근육과 인대로 쌓여 있는 대장, 자궁, 질, 방광, 요도 등의 장기들이 임신과 출산을 겪거나 그 외의 원인들로 인해 제 위치를 벗어나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변실금 뿐 아니라 요실금도 골반저질환의 증상이 되며, 이 외에도 골반장기탈출증(자궁탈출증, 방광탈출증, 직장류) 등이 골반저질환으로 분류된다.
이 중 골반장기탈출증은 전반적인 골반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저 출산 후유증으로 생각하고 넘기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여성 중 30%가 골반저질환을 앓고 있고 이 중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12%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어 스스로 심각성을 인정하고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밑이 빠지는 느낌, 소변이 새면 의심
질 외부로부터의 압박감이 느껴지거나 밑이 묵직한 것이 빠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골반저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와 더불어 웃거나 재채기 할 때나 운동할 때 소변이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아래 골반쪽이나 하부 허리에 통증이 있으며 생리혈이 깨끗하지 못하다거나 출산 이후 불감증 혹은 질이 이완된 느낌이 든다거나 손가락으로 질 후벽을 눌러야 배변이 나오는 경우 의심해야 한다.
■ 치료 위해선 다학제적 협진이 가능해야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 내에서 요도, 방광, 소장, 직장, 자궁 등을 지지하고 있는 근육 및 인대조직이 쇠약해지거나 손상을 받을 경우 이들 장기가 질을 통해 빠지는 현상으로 10명의 여성중 1명 내외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인으로는 고령, 비만, 임신횟수, 자연분만횟수, 자궁절제술 등의 골반수술, 골반손상 등이 있으며 대부분 질로부터 장기가 빠져 나오는 느낌 이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질을 통해 탈출되는 장기가 자궁인 경우가 40% 내외이지만 자궁 이외의 장기가 탈출되는 경우도 40% 내외로 보고되고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골반 내 위치하고 있는 직장, 방광, 자궁 등의 장기들을 유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협진시스템이 필요하다.
때문에 대장항문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가 다학제적 협진이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요도게실증, 자궁 및 질의 종양, 가트너낭종 등은 골반장기탈출증과 구별을 위해 반드시 여러 전문의의 자문이 필요하다.
■ 물 많이 마시고, 고섬유식 섭취 도움
실생활에서 충분히 실행 할 수 있는 골반저질환 예방법들이 있다.
일단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 비만이 되지 않게 하고 흡연에 의한 기침으로 골반장기탈출을 가속화 할 수 있으므로 흡연은 삼가야 한다.
또한 변비가 있다면 전문의에게 서둘러 상담을 받고 치료해야 하고 배변 시 힘을 많이 주게 되면 골반의 근육과 결체조직이 약해지고 손상을 입기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이밖에 성인은 하루에 8~10잔의 물을 마셔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곡물이나 과일, 채소 등의 고섬유식을 매일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되도록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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