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대책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中) 도심 수방대책, 이대론 안된다
지난 15년간 경기도에서 발생한 전체 자연재해는 총 80건으로 이중 호우 및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총 59건 74%에 달하며 주로 6~9월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러한 홍수와 태풍으로 입은 인명 피해는 482명, 재산피해는 1조4천여억원에 달하며 대부분 1996~1998년 사이에 발생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지난 1998년 엘니뇨와 라니냐 등 기상이변으로 큰 수해를 입은 뒤 2002년까지 집중적인 수해 예방 사업을 시행, 지난 2009년까지 10여년간은 별다른 수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집중 폭우로 인한 대규모 수해를 연이어 겪자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해예방책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 2000년대 초 수해예방 사업 집중실시, 10년간 대규모 수해 없어
1990년대 경기도가 입은 수해는 대부분 하천범람 및 제방 붕괴로 인한 피해였다.
지난 1990년 9월에는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인해 한강 하류 수위가 급상승하여 일산제방의 하단이 붕괴돼 고양군(현 고양시) 일대가 침수되기도 했으며 1998년 8월에는 임진강 남측 유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파주시, 동두천시, 포천군(현 포천시) 일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특히 도는 1998년 엘니뇨와 라니냐 등 기상 이변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수해를 입었으며 당시 피해 규모는 인명 피해 180명, 재산피해 4천611억원을 기록했다.
올 중부지방 중심 시간당 100mm 국지성 호우로
작년 ‘한가위 기습폭우’이어 재산·인명 피해 최고
하천-빈도중심 수방대책 순간적 폭우엔 ‘속수무책’
도심 물 저장능력 확대 등 홍수 예방대책 서둘러야
이에 도는 1998년과 같은 대규모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1999년부터 체계적인 수방 대책 마련에 나서게 된다.
도는 1998년부터 ‘하천 종합계획’을 수립해 2000년까지 3년간 총 1조6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하천정비 및 상습수해지구에 대한 정비작업을 시행했으며 1999년에는 재해위험지구 22곳을 선정, 1천581억원을 투입해 수해예방 작업을 시행하는 등 한 해에만 총 4천152억원을 쏟아부어 수해예방 사업을 전개했다.
또 첨단 방재정보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수해에 즉각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재해영향평가 대상도 180만㎡ 이상 개발사업에서 30만㎡ 이내 개발 사업까지 확대해 도내 건축물에 대한 수해 예방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렇듯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집중된 수해 예방 사업의 결과로 현재 경기도내 하천 개수율은 90%에 육박하고 있으며 2000년 후반으로 갈수록 수해가 줄어들어 2009년까지 10여 년간 수해로 인한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고 재산피해 역시 500억원을 넘긴 적이 없는 등 수해로부터 안전한 경기도를 구축할 수 있었다.
■ 급변하는 기후, 10년전과 똑같은 수방대책
2000년대 초 집중적으로 시행된 수방대책으로 지난 10여년간 큰 수해가 없던 도는 지난해 9월 시간당 200㎜가량을 뿌린 ‘한가위 기습 폭우’로 인해 한 차례 큰 피해를 당했다.
지난해 9월 21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부천시 1천291가구, 광명시 1천160가구, 광주시 230가구, 구리시 169가구 등 3천565가구가 침수돼 6천962명이 수해를 입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은 272가구 574명에 이른다.
당시 집계된 최종피해 현황은 인명 피해 13명, 재산피해 74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500억원 이상의 수해를 입은 것이다.
지난해 큰 수해를 입은 도는 올해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강타하면서 역대 두 번째로 큰 수해를 입었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전역에 내린 폭우는 시간당 평균 100㎜, 하루평균 380.5㎜가 내리는 사상 유례가 없던 폭우로 사망 31명, 실종 8명 등 총 39명의 인명 피해와 3천968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 막대한 폭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순간적으로 ‘물 폭탄’을 쏟아 부은 국지성 호우 때문이다”며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내릴 당시 남부지방은 무더위를 겪었다. 이처럼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것은 열대지방의 국지성 호우인 ‘스콜’과 비슷한 형태의 강우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기후변화 조짐이 보임에 따라 수방 대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는 올해 총 56개 자연재해위험지구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나 모두 하천정비 및 하천 펌프장 등으로 아직 하천범람 위주로 진행됐던 지난 2000년대 초의 수방대책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도는 하천 수해 예방 작업을 실시하는데 있어 100년 빈도, 시간당 80㎜가량을 버틸 수 있게 설계하고 있지만 최근 기후는 예년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수해가 대부분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도심 홍수이지만 도는 도심 지역 물 저장능력 확대, 상습침수구역 구조적 개선 방안 등 도심 홍수를 예방하는 사업에는 무관심한 상황이다.
강상준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정책연구위원은 “최근 기후를 보면 우리나라가 빠르게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열대 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수방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하천중심, 빈도 중심의 수방 대책으로는 매년 발생하는 기록적인 폭우 앞에 무방비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jun@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