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대책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下) 도시홍수 대비 시급
경기도가 지난달 내린 집중호우로 13년만에 최악의 수해를 입자 도 안팎에서는 수방대책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하천범람 위주의 수방대책에서 도시홍수 위주의 수방대책을, 주기와 빈도 중심의 수방대책에서 비가 얼마만큼 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버퍼’개념의 수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진행됨에 따라 수해를 막으려는 것이 아닌 물에 잠기더라도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도 역시 최근 항구적 수해예방을 위한 T/F’를 구성, 도시홍수와 산사태 예방 등을 위한 제도개선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 도시홍수 예방 위한 수방대책 마련돼야
예년과 달리 올해 폭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컸던 이유 중 하나는 도시지역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26~28일 내린 폭우로 동두천시, 부천시, 광주시 등 12개 시·군 주택 7천517가구가 물에 잠겨 1만1천28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도심지역에 위치한 455개 공장이 수해를 입는 등 도시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이에 따라 도시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두천·부천·광주 등 도심 물에 잠겨 피해 규모 커져
곳곳 저류조 설치, 기습 폭우도 처리 가능한 시스템 필요
재난담당조직 강화… 상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키워야
도시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하수관거 및 빗물펌프장, 제방 등 기존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유지·보수하는데 집중하고 상습침수지역의 토지이용계획과 범람원 관리규제 등 지속가능한 도시배수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도시의 배수구 관리를 철저히해 원할한 배수환경을 조성하고 지하철 및 건물 지하층에 이동식 물막이 구조물 설치도 의무화해 물의 유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가 인센티브를 제공해 아파트 및 개별 건축물의 빗물저류 시스템 설치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하천범람의 경우 1999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하천정비에 집중투자한 결과, 수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지만 도시홍수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도시홍수 및 산사태 등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해 때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 구축해야
경기도는 수해를 입을때 마다 ‘100년만의 폭우’, ‘시간당 수백 ㎜가 내려 어쩔 수 없었다’ 등의 똑같은 핑계를 대고있다.
실제 지난달 내린 집중호우는 3일 동안 일평균 380.5㎜가 내렸으며 최고 강수량을 보인 의정부의 경우 일 강수량 660㎜를 기록하는 등 유례가 없는 폭우였다.
이러한 집중호우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기상이변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기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빈도 중심의, 일 강수량 중심의 수방대책은 더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수방대책은 ‘버퍼’중심의 수방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버퍼 개념이란 비가 얼만큼 오더라고 버텨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으로 도심에 저류조 등을 곳곳에 설치, 강수량이 많더라도 처리할 수 있는 여유분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수해를 막을 수 없다면 수해를 입더라도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습침수지역은 건축물의 바닥 높이를 침수위 이상으로 하는 ‘필로티’를 건설하고 보행로도 도로와 분리시켜 도로가 물에 잠기더라도 보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상준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정책연구위원은 “침수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곳에서 떠나기 힘든 저소득층이 많다. 이들에게 수해지역에서 이사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물이 차더라도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며 “도시홍수를 막기 위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버퍼 개념의 수방대책이 경기도에도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 지자체 재난대응 조직도 강화해야
최근 경기도는 항구적인 수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T/F 팀을 구성, 도시홍수와 산사태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T/F 팀은 2개월간 산사태, 도시홍수 등 2가지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향후 마련된 제도개선안 중 도가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즉시 시행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은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난대응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천200만 도민을 재난으로 부터 지켜내기 위해 근무하는 경기도 재난대응과 소속 공무원은 모두 19명에 불과하며 각 시·군의 재난 담당 부서원들은 평균 3~4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여름에는 수해, 겨울에는 폭설을 대비하며 봄·가을에는 복구사업과 예방사업으로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부서의 특성상 업무가 힘들 뿐 아니라 재난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고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피하기 힘들어 공무원 조직에서는 기피부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30여명에 달했던 재난대응부서에 현재는 19명 뿐이다. 몇 년 동안 재난이 발생하지 않아 조직이 줄었다”며 “많은 수방대책 중 가장 좋은 것은 조직을 강화시켜 상시적으로 수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ju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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