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타작도 어려워”… 농민들 속탄다

올 벼농사 일조량 부족에 ‘백수현상’까지

“추석전 햅쌀 커녕 제대로 거둘지 걱정”

“농사꾼들은 하늘이 먹여 살리는데, 이렇게 볕이 안나서야 대체…”

 

18일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박한기씨(61)의 논. 6만6천여㎡의 논 군데군데마다 웅덩이가 고인 듯 옆으로 쓰러진 벼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박씨의 논은 조생종 벼로 이뤄져 8월 말~9월 초 추수를 앞두고 벼 이삭이 누렇게 여물었어야 하지만, 낟알이 여물기는커녕 알이 드문드문 박혀있는 모습으로, 이삭이 하얗게 말라죽는 ‘백수현상’까지 나타나 있었다.

 

지난 6월 말부터 두 달여 간 비가 그치지 않고 쏟아진데다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이삭이 여물지 않은 채 웃자라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씨는 추석 전에 ‘햅쌀’을 내놓기는 커녕, 뒤늦게라도 벼를 제대로 거둘 수 있을지 걱정이다.

 

농사가 제대로 됐다면 80kg 쌀 400여 가마가 나와야 하지만, 박씨는 이의 60% 남짓한 250가마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태풍이 몰아치면서 떨어졌던 수확률 70%보다도 더 감소하는 셈이다.

 

박씨는 “6월 말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해가 하루 날까 말까 한데 벼가 제대로 자랄 턱이 있나”라며 “볕이 언제드나 싶어 하늘만 쳐다보며 썩은 동아줄 잡고 있는 심정”이라고 탄식했다.

 

이와 함께 평택시 임흥납씨(41)의 논(9만9천여㎡)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임씨는 연이은 비로 논이 마르지 않으면서 쓰러진 벼를 베어내는 기계작업조차 하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임씨는 날씨가 지금처럼 지속되다간 반타작 겨우 할 판이라고 혀를 끌끌 찼다.

 

또 5만6천여㎡부지에서 논농사를 짓는 여주시 전규영씨(46)도 수확량이 3분의 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연이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경기지역 쌀 농가의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되면서 농가마다 울상을 짓고 있다.

 

우기가 지속되면서 농민들의 고충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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