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이은 계속된 비로 농산물가격이 치솟으며 가정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먹을거리 관련 사고는 소비자들의 불신을 가중시킨다. 여러모로 마음 놓고 밥상을 차리기가 힘든 요즘, 소비자가 직접 출자해 농산물을 비롯한 생활물자 구매 등의 사업을 벌이는 협동조합인 ‘생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정경제와 건강한 삶을 돕는 국내 대표 생협을 소개한다.
■ 한살림
1986년 서울 제기동에서 ‘한살림농산’이라는 작은 쌀가게로 시작한 한살림은 지난해 말 지역 한살림 생협 19개, 113개 매장, 23만여 명 조합원의 규모로 발전했다. 도내에는 고양파주, 경기남부, 성남용인, 여주이천광주 등 4개 생협이 있다.
국내 생협 시스템을 정착시키면서 롤 모델로 꼽히는 한살림에서는 쌀, 잡곡, 채소, 과일 등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 및 화장품 등의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생산 품목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축사료에도 항생제, 성장촉진제, 화학영양제를 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 땅에서 나는 것만 거래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물론, 가공식품도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다. 전국적으로 대부분 주 1회 배송이 이뤄지고, 일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는 주 2회 혹은 매일 공급한다.
지역마다 가입비와 출자금이 조금씩 다른데, 서울은 가입비 3천원, 초기출자금 3만원을 납무하면 된다. 별도의 조합비가 없는 대신 물건 구입 때마다 1백원에서 1천원 가량 자동 증자되는 시스템이다. 출자금은 자신의 계정에서 관리할 수 있으며 중간에 출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매년 배당을 통해 3% 정도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www.hansalim.or.kr), 문의(02)3498-3600
■ 아이쿱생협
나뿐만 아니라 이웃과 지구 환경까지 생각하며 ‘윤리적 소비 실천’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 제3세계 농민의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 제품부터 국내 친환경 농산물, 동물 복지를 고려한 축산물 등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성에 기반을 둔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생협이다. 수원, 안산, 성남, 부천 등 경기 지역에만 18개 조직이 구성, 인천에도 4개가 있다. 조합원이 필요로 한 먹거리부터 가공품까지 필요한 물품을 선정하고 개발하는 등 소비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상품의 유통인증번호로 생산자, 재배, 유통 이력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공급일이 정해져 있어 희망 상품과 공급일자를 결정해 3일 전에 주문하면 된다.
한살림·아이쿱·두레생협 등 기업과 달리
조합원이 직접 참여 신뢰높은 공동체 운영
물가변동에도 영향안받아 소비자들 주목
현재 11만여 명의 조합원이 이용하는데, 출자금 3만원만 낸 일반 조합원과 출자금 외에 매달 조합비를 내는 조합비 조합으로 분류된다.
일반 조합원은 물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기를 원하고 조합비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일반 가격으로 아이쿱생협 물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 조합비는 매달 1만~2만원 정도다. 물품을 공급받을 때마다 공급출자금 1천원을 함께 결제해야 한다. 홈페이지(www.icoop.or.kr), 문의 1577-0014
■ 두레생협
‘생활이 생명입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두레는 개인의 필요에 의해 좋은 물품을 구매하는 데에서 나아가 조합원이 다양한 활동으로 관계를 맺으며 아름다운 지역과 삶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기인천 지역에는 팔당생명살림생협, 안양YMCA생협, 경기두레생협 등 10여개가 있어 연합회의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공정무역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잘 알려져있는데 커피, 설탕, 올리브 오일 등의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한다. 매주 1회 배달이 이루어지며 비조합원도 조합원보다 5% 정도 비싼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회원 생협을 통해 언제든 생산지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먹는 먹을거리를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생산자와 물품을 신뢰할 수 있다. 생산자들이 직접 조합원을 만나 생산 과정이나 원재료 등에 대해 알려주는 특강도 열린다.
약 8만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두레생협은 홈페이지나 각 지역 매장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가입비와 출자금은 보통 가입할 때 2만~3만원 정도의 출자금을 낸다. 이후 물품을 구입할 때마다 각각 5백~1천원 정도 내면 된다. 홈페이지(www.dure.coop), 문의(02)3283-7290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란?
생산서 구매까지 소비자가 모든 단계 직접 꾸려가…
한 마디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줄임말. 소비자가 구매, 생산, 판매, 소비 등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과 다양한 서비스 등을 얻기 위한 전 단계를 직접 꾸려 나가는 협동조합 조직. 외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한 경제구조다. 국내에선 1970년대 후반부터 한 두개씩 생겨나, 1980년대 후반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농민에 대한 위협과 안전한 농산물을 찾는 도시 소비자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활발한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한 ‘의료생협’, 학교 구성원의 복지와 편의를 위한 ‘대학생협’, 대기업 통신사의 횡포을 막기 위한 ‘통신생협’ 등 교육, 문화, 복지, 사회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에 의해 직접 비용을 출자해 설립한 조직이기 때문에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기업과 달리, 조합원이 직접 참여해 신뢰관계가 높고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는 공동체로 운영된다.
특히 한파와 구제역 등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급등과 각종 생필품 가격 인상 등 물가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농산물을 예로 들자면, 시중 농산물은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 매번 환경에 영향을 받아 판매가 폭등과 폭락이 반복된다. 하지만 농산물 생협은 조합원이 필요로 한 물품의 소요량과 예상 가격을 소비자와 생산자가 사전 협의를 통해 미리 결정한다. 가격 책정은 생산비용과 인건비 등 생산원가를 기초로 하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유통 마진이 붙지 않는다. 즉, 소비자는 생산자의 안정적 경제활동을 책임지고 생산자는 질 좋은 상품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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