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암환자촌’ 전락한 고양시 견달마을
폐암·후두암 등 수년전부터 환자 늘어 청정지역에 ‘죽음의 그림자’
주민들 “잔병치레도 없었는데” 불안감 호소… 고양시 조사 나서
장수마을로 알려진 고양시 견달마을에 한집 건너 암 환자가 발생하면서 ‘죽음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
21일 오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위치한 견달마을.
견달산이 에워싸고 맑은 하천이 흐르는 청정지역으로 100살 가까운 노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수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암(癌)으로 고통받고 있다.
마을내 고(故) 천원호씨(68)의 자택에는 지난 3일 숨은 거둔 천씨의 영정과 위패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천씨는 지난해 7월 정기 건강검진에서 종양을 발견한 뒤 8월 말께 국립암센터에서 폐암 3기B(4기 직전상태) 판정을 받았다. 수십여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유가족들은 천씨가 생전 담배와 술을 가까지 하지 않았고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설명했다. 미망인 최숙자씨(69)는 “생전에 잔병치레 한번 한 적 없이 농사만 짓던 사람인데 갑자기 이렇게 폐암으로 훌쩍 떠나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명숙씨(83)도 현재 폐암으로 투병 중이다. 오씨는 지난해 4월 별안간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입에서 쓴물이 나 병원을 찾았고 폐암 판정을 받게 됐다. 오씨의 남편 이정규씨(83)는 “깨끗하던 마을에 전에 없던 암환자들이 갑자기 늘고 있다”며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견달마을에 암 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3년. 갑작스럽게 암 환자들이 생겨나면서 수십년간 견달마을에서 살아온 원주민 27가구 중 12가구에서 암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7명은 폐암으로 사망했거나 투병이며 1명이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또 3명은 갑상선암, 1명은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다.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건축폐기물 처리업체 I사와 S레미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시설들이 들어온 뒤부터 공기가 나빠진 것 아니냐는 주장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적법 절차에 따라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관할 자치단체도 조사에 나선 상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갑작스럽게 암 환자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현재 자료를 통해 암 발병 빈도 등을 타 지역과 비교분석 중이며 특이사항이 나타날 경우, 전문기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호준·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지난 3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견달마을 원주민 고(故) 천원호씨의 미망인 최숙자씨가 멍하니 고인의 영정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최근 들어 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견달마을 전경.
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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