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료원을 통해 본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의 현재와 미래(1)
경기도의료원은 지난 100여년 간 민간의료기관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 새터민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등 낮은 곳까지 보듬어 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누적돼 온 만성적자로 인해 당초 설립 목적이 흔들리면서 존립기반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이는 비단 경기도의료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지방의료원마다 숙명적 과제로 떠오른 만성적자 해결을 두고 의료원마다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경기도의료원과 공동으로 ‘경기도의료원, 공공의료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이 처한 현실과 공공의료사업을 집중 분석,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경기도의료원이 중심을 잡아야 1천200만 도민의 건강은 물론 건강보험 등 각종 의료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건강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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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경기도의료원
②이천병원
③포천병원
④안성병원
⑤파주병원
⑥의정부병원
⑦수원병원
(사례 1)
지난달 29일 경기도의료원으로 주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보낸 서한 한 통이 도착했다. 그 서한에는 “자국민에 대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이 인도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치료를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사실은 이랬다. 지난 1월 중국인 신모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축산농가에서 일을 해오다 돼지의 공격을 받고 대퇴골 골절상을 입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신분상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기에 진통제에 의지해 버티다 급기야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것. 다행히 이천병원은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사업’을 통해 신씨에게 무료 시술을 결정, 결국 신씨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례 2)
지난해 3월 대구의 한 병원. 경영악화와 재정적자를 이유로 폐원 결정이 내려졌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이 병원의 폐원에 시민들은 흥분했다. 그 이유는 이 병원이 바로 ‘사랑과 봉사의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을 구현하는 적십자병원’이었기 때문이다. 무료진료 및 검진, 가정간호 및 재가 환자 관리, 만성질환 관리, 독거노인 인공관절치환술 등 다양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대구적십자병원은 의료 취약계층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공공의료기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그 대가는 만성적자였던 것이다.
사례 1에서 처럼 이천병원이 신씨를 치료해 준 것이 과연 잘한 것일까. 물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누구나 박수치며 칭찬할 일이다.
하지만 이 병원이 경영성과 평가 혹인 행정감사를 받는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신씨에 대한 무료 시술 비용은 고스란히 병원이 떠안게 되고, 이는 병원의 적자로 쌓이게 되면서 온갖 질타의 대상으로 둔갑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공공의료기관들은 환자를 잘 보살피면 보살필수록 대구적십자병원과 같은 운명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 이에 이번 기획시리즈를 통해 경기도 공공의료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배기수 도의료원장으로부터 경기도의료원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 의료원만의 특화된 의료영역 개척이 관건
“의료취약지에 있는 지방의료원은 기본적으로 환자가 없어서 적자가 쌓이는 구조이고, 도시권에 있는 의료원은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구조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배기수 도의료원장은 의료원의 적자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의료수가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은 의료수가에서 차이가 난다. 같은 진료와 검사를 해도 민간의료기관보다 더 저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의 재정적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물이다.
배 원장은 “의료원이 의료 취약계층에 대해 중심을 갖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래야 의료원이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과 중복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민간의료기관과 경쟁이 안된다”며 “민간영역에서는 구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공공이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 실현’과 ‘경영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경기도의료원. 배 원장의 돌파구는 의료원만의 특화된 의료영역의 개척에 있었다.
■ 민간의료 기관과의 역할 배분으로 공공성 살려야
“민간이 참여하고 있는 상당수의 공공의료를 민간으로 전환하고, 의료원은 민간이 참여하지 못하는 영역에 집중해야 합니다.”
진료과의 전문성을 특화시켜 의료원의 이미지를 개선, 점진적으로 의료원의 재무 건정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배 원장은 기능 중심의 공공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2월 취임 이후 역점 추진 사업을 선정·추진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무한돌봄 치과진료센터’다. 이 사업의 대상은 장애인 중에서도 치료협조가 불가능한 중증장애인, 치매노인 등이다.
“기존 장애인치과가 대부분 치료협조가 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의료 틈새를 메우기 위한 것”이라는 게 배 원장의 설명이다.
‘전염성 어린이 간호보육센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센터는 전염성 질환에 걸린 아이들을 격리 보육할 수 있는 시설이다. 자녀가 아플 때 맡길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직장여성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됐다.
암환자들의 일상을 관리해주는 ‘암환자 생활지도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민간의료기관이 시행하고 있는 치료 중심에서 한 발 더 나간 것. 암환자들의 스트레스 관리부터 영양지도 및 운동 관리, 웃음치료, 미술치료 등을 활용한 암환자 및 가족들의 정신적·육체적 생활 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암을 선도받는 그 순간부터 환자를 비롯한 그 가족들은 우울한 삶을 살게 됩니다. 암환자 생활지도 프로그램은 암환자들의 일상적인 고민을 덜어주고 궁금증을 해소해줌으로써 치료 과정에서 자신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겁니다.”
■ 지역에 맞는 특성화 전략으로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은 노숙자, 새터민, 다문화가정, 외국인근로자 등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진료를 통해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우선 도내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는 수원병원은 지역응급의료지원센터로 지정돼 긴급한 의료 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대책을 강화했다. 특히 직장인, 만성질환자 등 건강증진센터 운영하고 있다. 또 매주 목요일에는 수원역전을 중심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천병원은 의료와 관광을 합친 복합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온천과 연계된 의료관광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천의 최고 브랜드 중 하나인 쌀과 연계된 환자식 서비스를 특화한다.
안성병원은 지역 특색에 맞게 농업관련 질환 클리닉 및 연구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민들에게 주로 발생되는 사고 및 손상, 특히 곤충 및 독충, 농사와 관련한 사고 예방에 주력한다.
의정부병원은 경기북부 지역거점 종합병원 기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노인질환, 치매, 정신병원으로 특화된 종합병원 형태를 위한 채비가 한창이다.
공단이 많이 들어서 있는 포천병원은 산업보건센터를 운영해 지역공단과 연계된 건강 진단 및 위생 보건관리를 적극적으로 추진, 지역민들의 건강을 챙길 계획이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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