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10여명 확인… 주민들 “인근 공장서 유해물질 발생 의혹” 고양시 “공장 전수조사 착수, 대기환경오염 실태조사 용역 의뢰”
고양시 견달마을에서 최근 암환자가 속출하고 시가 원인규명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본보 22일자 1면) 인근 부락에서도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고양시 일산동구 고봉동 내 자연부락인 빙석촌. 언뜻 보기에는 평화로운 전원마을처럼 보이지만 이곳에서도 암이라는 ‘병마’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 마을이 고향인 정형석씨(63)는 지난해 건강검진 과정에서 ‘폐에 종양이 발견된 것으로 보이니 국립암센터를 방문해 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국립암센터에 달려간 결과, 폐암 3기A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이후로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쇠약해져 현재는 제대로 걷기도 어려운 상태다.
더욱이 병세가 차도를 보이던 도중 최근 암이 재발병하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인 노금주씨(60)는 “공기 좋은 마을에서 평생 젖소를 키우고 살아왔던 만큼 폐암이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공기가 좋던 마을에 언제부턴가 덤프트럭이 자주 왕래하더니 산너머로 석회 가루가 넘어오는 것 같으면서 마을공기가 탁해졌다”고 말했다.
원주민 30여가구가 살고 있는 빙석촌에서 발생한 암 환자는 본보 확인 결과, 2000년 이후에만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중 폐암환자의 수는 5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이르며 정씨를 제외한 나머지 노인들은 모두 사망했다.
빙석촌과 맞닿아 있는 집성촌 마을인 안촌에서도 안산노씨가 폐암으로 지난 2008년 75세를 넘기지 못하고 숨졌으며 고봉동 주민센터가 입지한 자연부락 상촌에서도 지난 2007년 김인덕씨가 후두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마을주민들은 “인근 견달마을에서 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상이 이 마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인근에 위치한 100여곳에 달하는 공장들이 유해물질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촌 마을주민 안모씨(57)는 “인근 마을에서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곳의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해 유해 물질의 근원지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현재 보건소와 환경부서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공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전문 용역업체에 의뢰해 대기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견달마을 뿐 아니라 식사지구 등 공장지대와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준·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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