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병원, 지역민위한 종합병원 꿈꾼다

경기도의료원, 공공의료의 미래를 열다 <2>이천병원

주부 김지수씨(41·수원 권선동·가명)는 지난 겨울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설 명절을 맞아 이천에 있는 시댁을 찾은 김씨. 아침부터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을 느꼈지만 어제 저녁 과식한 탓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아랫배가 묵직한 느낌이 들더니 급기야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인근의 야간진료소를 급히 찾았다. 진단결과는 급성맹장염. 응급수술이 필요했지만 진료소에는 공중보건의 한 명이 전부, 수술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한 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 수원의 한 대학병원으로 향했고, 통증 발생 4시간여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의 경우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한 걸음만 더 생각을 진전시켜보면 상당히 위험천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김씨가 급성맹장염이 아닌 뇌출혈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촌각을 다투는 질환이었다면 해피엔딩을 장담하기란 쉽지 않다.

 

위 사례처럼 최소 한 시간 거리내에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가 단 한 군데도 없는 지역이 있다. 이천을 비롯해 여주, 양평 등 경기동남부지역이 그 중 하나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 지역의 응급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원장 이문형)에 지역응급의료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응급의료센터 건립과 함께 종합병원으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는 이천병원. 이천병원이 안고 있는 현안문제와 그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이천병원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이천병원내 세워질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내년 12월 진료 개시를 목표로 내년 5월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응급의료센터는 지상 2층, 전체면적 800㎡ 건물에 응급실 20병상, 중환자실 10병상, 보호자 없는 병실 10병상 등 모두 40병상을 갖추게 된다. 사업비는 28억원이 투입된다. 센터에는 응급의료 전문의 1명 이상과 간호사 2명 이상이 상시 근무하게 된다.

 

이덕길 병원 행정과장은 “이천시는 인구가 20만명이 넘지만 응급의료센터가 없어 1시간 넘게 걸리는 성남·수원·원주지역 종합병원으로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해 왔다”며 “센터 건립 이후에는 이천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응급의료센터는 이천의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천보건소가 실시한 한 조사결과는 이를 방증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이천에서 발생한 중증응급환자가 인근 대도시권 대형병원으로 이송될 경우, 환자 및 가족들이 교통비·체제비 등으로 지출함으로써 이천시가 감수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연간 10억원 이상이 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응급센터 제기능 위해 시설 및 장비 현대화돼야

 

응급의료센터가 세워진다고 해서 당장 이천병원이 응급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현재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노후화된 진단장비로는 제역할을 해내기 힘든 실정이다. 병원은 필수의료기기라 할 수 있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는 커녕 CT(컴퓨터 단층촬영) 조차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구식모델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과장은 “센터가 제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력, 시설, 장비 등이 고루 갖춰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유관기관인 시·도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의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시설 및 장비 현대화 문제가 수년전부터 거론돼 온 병원신증축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도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시는 도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형편이다.

 

이 과장은 “신증축 문제가 나오면서부터 몇 년째 시설 및 장비 개선 문제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태”라며 “하루빨리 방침이 정해져 중장기계획에 따라 병원의 진로가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종합병원 전환, 내실 다지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이천병원의 진료개시 시간은 오전 8시30분이다. 다른 지방의료원에 비해 30분 가량이 빠르다. 하루 외래환자만 700명에 이른다. 또 입원병동에는 항상 5명 내외의 환자가 줄을 서고 있다. 입원실 가동률 95%, 현재 이천병원은 환자들로 포화상태다. 이에 힘입어 다른 지방의료원에 비해 이천병원의 재무구조는 건전한 편이다.

 

이는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천병원의 수익구조 역시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음을 의미한다. 병원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속도로 물가 및 인건비·재료비 등이 오를 경우 앞으로 2년을 버티기 힘들 정도다. 이천병원 내부적으로 신 증축을 통해 종합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이천병원에는 11개의 진료과가 개설돼 있으며, 종합병원의 자격조건이라 할 수 있는 진단검사의학과는 지난해부터 개설·운영해 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종합병원 전환은 가능하다는 것이 병원측 설명이다.

 

하지만 종합병원 전환은 이천병원에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종합병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진료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의 질은 높아지지 않은 채 진료비만 인상된다면 지역주민들은 인근 대도시의 대형병원들로 발걸음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문형 이천병원장 인터뷰>

 

“경기동남부지역에서 이천병원 정도의 의료수준을 갖춘 병원이 없습니다. 이천병원은 지역에서 1등병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천병원의 환자 분포를 분석해보면 의료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의료보호환자수는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비율은 다른 지방의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그만큼 이천병원은 일반환자들에게도 인기가 좋다는 게 이문형 병원장의 자랑이다.

 

“환자들이 찾아왔을 때 병원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고 대도시권 대형병원으로 보내야 할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시설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이 원장은 입이 마르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공공의료원의 첨단화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주민 입장에서도 이익이 된다는 것.

 

“공공의료기관이 최상의 시설을 갖추고 최상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로 민간의료기관의 높은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주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이천병원은 경기도의료원이 실시한 산하병원 신증축 관련 연구용역 결과, 신증축이 가장 시급한 병원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예산 지원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이천병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증축을 위한 예산의 집중투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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