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가평 등 수도권 외곽까지 밀려나
“경기도로 나가면 전셋값이 좀 쌀 줄 알았는데…”
전셋값 인상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경기도행을 결심한 서울지역 전세난민이 오를대로 오른 경기지역 전셋값에 남양주와 가평 등 수도권 외곽까지 밀려나고 있다.
7일 통계청과 도내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서울시 인구는 8천720명 감소한 반면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6천328명, 2천341명씩 증가했다.
이 같은 인구 유입을 반영하듯 도내 각 지역에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서울시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전세 보증금으로 비슷한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들로, 대부분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어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연접지역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들이 기대와 달리 도내 서울 연접지역은 서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의 전세가가 형성돼 있어 서울지역 전세난민 대부분이 전세값이 비교적 저렴한 수도권 외곽까지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봉천동 다세대주택에 살던 김희태씨(46)는 최근 전세금을 2천만원 올리려는 집주인과 싸운 뒤 이사를 결심, 구리시에 전셋집을 얻으려다 깜짝 놀랐다.
김씨가 살던 봉천동의 전용면적 59㎡ 빌라 전세가는 7천500만원이었지만, 구리시에는 비슷한 규모가 9천만~1억원대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구리에서 20여㎞나 더 벗어난 남양주시 와부읍으로 이사했다.
최근 가평으로 이사한 박은수씨(37)도 김씨와 비슷한 경우다. 용산의 전자회사에 근무하는 박씨는 신용산선이 이어지는 경기 동부에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발품을 팔았지만, 출퇴근이 가능한 구리와 남양주의 역세권 전셋값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 결국 가평까지 들어갔다. 박씨는 “신용산선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세를 얻으려 했는데 오히려 서울보다 비싸 포기했다”며 “여기서 더 밀리면 직장을 옮기던지 고시원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내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난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이들이 가진 돈으로 비슷한 집을 구하려면 서울에서 최소 20~30㎞이상 벗어나야 한다”며 “외곽지역에서도 대중교통 출퇴근이 가능한 역세권은 이미 전세물량이 동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지난 3년간 수도권 전세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동탄신도시가 77.64%로 가장 높았으며, 화성이 41.34%, 하남이 34.13%, 용인이 32.73%, 오산이 32.58%를 기록해 서울 통근권의 전세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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