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은 시늉만’ 깜깜이 분양 속출

건설사들 형식적 청약 후 ‘선착순 분양’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아파트 판매 기법인 속칭 ‘깜깜이 분양’이 경기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깜깜이 분양은 청약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에서 주택법상 진행해야 하는 청약 일정을 형식적으로 진행한 뒤 미달한 아파트를 선착순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15일 도내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요가 드문 지방 분양시장에만 등장하던 깜깜이 분양이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깜깜이 분양의 경우 청약을 통해 당첨됐을 때와는 달리 직접 동·호수를 고를 수 있어 건설사 입장에선 일반 청약 시 동·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계약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를 피할 수 있고 정식분양 때보다 10% 이상 홍보비용을 아낄 수 있다.

 

N건설은 안양시에 짓는 아파트를 깜깜이 분양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9년 5월 착공, 현재 90% 가량 공사가 진척된 상태로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미 청약 접수가 진행됐지만, N건설은 청약 홍보에 발벗고 나서지 않았다.

 

K건설사도 안양시 호계동에서 깜깜이 분양방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했다.

 

K건설이 공급한 이 아파트는 순위 내 청약이 16건에 그쳤지만, 지난 7월 선착순 분양에 나선 이후 현재까지 90% 정도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광주시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또 다른 K건설사도 아파트를 깜깜이 분양 방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며, 파주시에서 신규분양을 준비 중인 S건설사도 깜깜이 분양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청약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한 건설사들이 경기지역에서도 깜깜이 분양에 나서고 있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주기 때문에 깜깜이 분양에 관심을 보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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