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아침] 삼모녀 -홍 명 희-

애들이 어렸을 때

 

서울에 일이 있어

 

애 둘을 데리고 기차를 타고 갔다

 

 

서울 역에서 내려

 

애들 손을 잡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누비며

 

서소문 쪽 길로 접어 들어

 

남편이 일러 준 장소쯤에 가서

 

좀 한적해진 길가

 

저 아래로 보이는 철로 길의

 

기차를 보고 있었다

 

 

어리버리한 내 모양이 불안했던지

 

“엄마 여기 아는 길이야?

 

아빠가 여기 있으랬어?”

 

큰애가 물어왔다

 

 

나는 놀라 안심을 시키려고

 

“그럼 알지

 

여기는 내 학교 길이었어

 

기차 타고 와서 이 길로 해서

 

학교를 다니던 길이란다…”

 

사실 그랬다

 

그 때 작은 애가 소리쳤다

 

“아빠!”

 

내 눈에도

 

싱글거리며 잰 걸음으로 다가오는

 

남편이 보였다

 

우리 삼모녀에겐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

 

 

홍 명 희

 

인천 출생(1932년).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현대문학> 으로 등단.

시집 ‘대숲에서 묻는다’ 등 9권.

인천시문화상 수상.

한국문인협회·한국현대시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인천광역시지역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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