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수난시대’

단속 불구 어부들 전어·참게잡이 버젓이… 강태공 수백명 몰려 쓰레기장 전락

지속되는 감시와 단속에도 시화호의 불법 어업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국에서 시화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낚시꾼 수 백여명이 불법 주정차와 쓰레기 투기 등을 서슴치 않으면서 시화호 일대는 대형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21일 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의 시화호.

 

가을 바람이 부는 바다 위에는 어로 행위를 하는 대여섯 척의 배가 고기를 끌어 올리며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어부 여섯 명이 올라탄 한 배는 바다와 담수 경계 사이에 건설된 2차선 도로 아래 정박한 뒤 갓 잡은 전어 수백여 마리를 방조제 한쪽을 차지한 채 서있는 어류수송차량으로 연신 실어 나르고 있었다.

 

 

배는 라면 박스보다 큰 바구니에 팔딱거리는 전어를 한 가득 담아 10여 차례 옮기고 나서야 떠났다.

 

어업이 금지된 지역임에도 한낮에 버젓이 물고기를 잡은 사람들이나 이를 받아 수송차에 싣는 사람이나 당당한 표정이었다. 수송차 운전자는 “시화호가 전어 수확량이 많다”며 “오늘 잡은 고기는 모두 인천으로 수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 어획뿐만 아니라, 수백여 명의 개인 낚시꾼도 시화호 오염에 한 몫 하고 있다.

 

도로 양 옆으로 펼쳐진 바다와 민물에선 참게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수백여명의 강태공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와 함께 낚시를 떠난 운전자들이 주차한 수백여대의 차들은 방조제 이차선 도로의 한 차선을 차지한 채 띄엄띄엄 무리지어 서 있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에 마주 달리던 차들이 주차차량을 피해 급정거와 급방향전환을 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잇따라 빚어지기도 했다.

 

또 수십 명씩 무리지어 낚시하는 곳마다 어김없이 쓰레기더미가 쌓인 채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김모씨(65)는 “시화호에선 귀한 ‘참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내려왔다”며 “주말이면 낚시대 하나 놓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시화호를 관리감독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화안사업단 관계자는 “어민들에게 시화호에서 어획 행위가 불법임을 알리는 계고장을 보내고 쓰레기가 쌓일 때마다 직원들이 매번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아예 도로를 막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산시 관광해양과 관계자도 “개인 낚시꾼의 낚시는 불법이 아니지만 마구잡이식 주차나 쓰레기 투기 등은 큰 문제인 데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시화호 불법 어업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골머리”라고 말했다.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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