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병원 "장애인ㆍ새터민… 어려웃 이웃 곁에 찾아갑니다"

경기도의료원, 공공의료의 미래를 열다 <6>

<사례>장애인 김수용씨(28·가명·수원 권선구)는 오래전부터 치아가 계속 아파왔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김씨는 거의 2~3층에 위치한 치과 가기가 ‘하늘의 별다기’만큼 어려울뿐 아니라 별다른 소득이 없는 그에게 진료비는 감당이 안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작은 충치를 키워오다 젊은 나이에 전체 틀니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은 일반 치과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장비와 인력을 갖출 수 없는 민간 치과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현실. 이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병원장 배기수)이 나섰다. 배기수 원장은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없는 중증 환자는 입을 오래 벌리고 있거나 몸을 얌전히 고정하지 못해 특수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치과에서는 꺼리고 있다”며 “이처럼 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 전문 치과가 필수적이기에 최근 수원병원에 경기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중증장애인 치과진료센터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 경기도의료원 모(母) 병원 역할 충실

중증장애인 및 치매노인 등 치료 협조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한 ‘무한돌봄 치과진료센터’,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한 ‘지역아동센터 공공보건사업’, 풍도·육도 등 유인도서 무료이동진료 등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도내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공공의료사업 모델을 제시해 오고 있다. 이처럼 수원병원은 경기도의료원 모(母) 병원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도의료원은 수원병원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간 무한돌봄 치과진료센터를 단계별로 나머지 의료원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문 행정과장은 “마취장비 같은 특수장비가 없는 장애인 치과의 경우 대부분 중증도가 낮은 장애인을 치료하는데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장비와 의료진을 모두 갖춘 수원병원은 모든 장애인들의 치과진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의료 취약계층의 발굴은 공공의료기관이 지닌 역할의 핵심이다. 수원병원은 지난 9월 수원시 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협약을 맺었다. 의료취약계층 아동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다. 수원병원 임직원들은 스스로 급여의 일부를 경기도공동모금회에 기탁, 그 기금으로 수원시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61명에게 A형 간염 예방접종을 해주었다.

 

진기욱 공공사업과장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금연, 절주, 영양 교육 등을 실시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관리 능력향상을 위한 교육 및 예방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수원병원은 경기도 의료정책과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경기도 무한돌봄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풍도, 육도, 제부도, 국화도 등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든 유인도서를 직접 찾아가는 무료이동진료 사업은 섬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지역특성에 맞는 공공의료사업, 지역민에 감동

 

수원병원은 인근에 대형종합병원들이 많다. 수원병원이 규모와 인력, 장비 등 모든 면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수원병원은 몇 년전만해도 인근 주민은 둘째치고, 의료보호대상자들도 꺼릴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병원 리모델링이 완료되고, 배기수 원장이 수장을 맡으면서 병원은 변하기 시작했다. 현재 병상가동율은 95%, 하루 외래 환자만도 700여명에 이른다. 그만큼 병원 이미지도 ‘불결하고 불친절한’ 병원에서 ‘깨끗하고 친절한’ 병원으로 180도 바뀌었다.

 

수원병원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공공의료사업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수원은 다른 시·군과는 달리 노숙자 등 행려환자가 많습니다. 수원병원은 다른 병원에선 받아주지 않는 이들에게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우 행정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30% 정도가 행려 환자일 정도다. 이에 수원병원은 지난 6년 동안 매주 목요일 수원역사 앞에서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진료소를 열고 있다.

 

또 지난 9월부터는 수원우만사회복지관 및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내 새터민(북한이탈주민)들의 의료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병원측은 무료진료는 물론 통일부의 협조를 받아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를 상주시켜 새터민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응 및 정신불안 문제 등을 해결해 주고 있다. 새터민 진료를 시작한지 1년여 만에 수원병원이 건강관리를 맡고 있는 새터민이 150여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북한에서는 무료진료라 하지만 여기처럼 서비스가 좋지 않아요. 그리고 중국에서는 신분을 속이고 살았기 때문에 사람다운 진료를 받아보지 못했지요. 그런데 여기에 와보니 의사선생님도 친절하고 상담선생님도 너무 잘해 주셔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인간다운 진료를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수원 우만동에 사는 새터민 김모씨(31·여)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 병 ‘고치는’ 병원보다, 병 ‘예방하는’ 병원으로

 

수원병원은 지난해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하는 건강증진병원으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모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치료보다는 건강증진에 맞춰 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재설정해 나가고 있다.

 

수원병원에는 운동실천위원회를 비롯해 영양·예방·금연·절주실천위원회 등 5개 위원회가 활동중이다. 이들 위원회는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병원 직원과 환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도 포함해 실질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실천하고 있다.

 

일례로 운동실천위원회의 경우 ‘녹색 출근길 실천하기’를 모토로 매주 목요일마다 ‘주 1일 차없이 출근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분기별로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만석공원 걷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우문 행정과장은 “병원으로써 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라면 지역 주민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도 중요하다”며 “주민들도 처음에는 병원의 접근 방식 자체를 낯설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응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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