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아파트 앞 위치 피해"-의료원 "시민들에게 편리"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의 장례식장 증축 문제를 둘러싸고 인접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이 병원이 지난 8월 경기 동남부권 중증 긴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 지원기관으로 선정돼 장례식장 증축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응급의료센터 건립은 적극 희망하면서도 ‘대단위 아파트 앞 장례식장 증축’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혐오시설 확장에 따른 집값 하락, 조망권·수면권 침해, 어린이들의 정서불안 등이 주된 반대 이유다.
하지만 이천병원은 비좁고 노후화된 기존의 장례식장을 철거하고 최신식 장례식장을 증축, 시민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으로 사업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례식장 증축 공사를 올해 안에 착공하지 못할 경우 확보된 예산을 고스란히 반납해야하는데다 장례시설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 장례식장 증축 추진 배경과 현황
이천시 관고동 이천병원 내에는 분향소 3개를 보유한 장례식장이 있다. 이천에서 유일하게 시내권역인데다 3번 국도변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이 비교적 가장 편리하게 이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공간이 비좁고 시설이 워낙 노후화돼 있어 끊임없는 민원이 제기돼 왔다. 장례식장 지붕은 간신히 비를 피할 수 있는 천막으로 설치돼 있고, 조문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수면을 취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심지어 인근 여관을 활용하는 손님도 빈번했다.
특히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조문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정이 이러하자 도의료원은 두산아파트와 인접한 이천병원 뒤편 부지에 연면적 1천697㎡(513평), 3층 규모의 장례식장 증축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이천병원과 맞닿아 있는 기존의 장례식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건축연면적 646㎡ 규모의 응급의료센터 건립을 위해 현재 도시계획시설결정에 따른 공람공고 중이다.
■ 주민들은 왜 반대하나?
이천병원 장례식장 뒤편에는 관고동 두산아파트 500여세대와 벽산블루밍 아파트 200여세대를 비롯해 관고2통이 자리해 있다. 이들 아파트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 지 수십년된 이천병원 장례식장과 마주보고 있다.
기존 시설의 경우 담장과 천막이 가려져 있어 장례식장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비교적 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존 규모보다 훨씬 큰 장례식장이 아파트 바로 앞에 들어서면 집값 하락과 조망권·수면권 등의 정신적 피해, 소음과 주차난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증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장례식장과 바로 인접해 아파트 어린이놀이터가 위치해 있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학습적 피해를 끼친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관내에 장례식장이 많고, 시립종합장사시설도 추진하는 마당에 굳이 이천병원에 장례식장을 증축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 해결의 실마리는 없나
이처럼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게 일자 경기도의료원 측은 지난달 28일 관고동 두산아파트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장례식장 증축에 관한 설명과 주민 의견수렴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는 이천시가 지난달 21일 시 홈페이지에 이천병원 장례식장 증축공사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사업을 공고해 주민 고시·공람을 실시함에 따라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만들어졌다.
이 자리에서 도의료원 측은 장례식장 증축 추진 강행의지를 밝히며 당초 설계상 제기됐던 문제점들인 규모를 축소하고 주거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음과 조명 등을 차단하기 위한 차폐시설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의료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받들어 당초 아파트 쪽으로 나있던 장례식장 주출입구를 없애고 병원 쪽에서 출입하도록 구조를 변경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도의료원 관계자는 이날 “기존 장례식장이 낙후돼 그 자리에 응급의료센터가 들어가고, 현 설계부지에 장례식장을 이전 증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증축반대로 장례식장이 추진되지 못하면 연계되는 사업으로 응급센터와 종합병원 계획까지 무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주민들은 “이천시와 의료원은 장례식장을 응급센터와 종합병원으로 결부시키려 하는데, 종합병원은 도지사와 시장의 공약이며 장례식장과는 별개”라면서 “아파트 바로 앞에 장례식장을 짓는 것 자체가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했다.
주민들은 기존의 장례식장 자리를 이용, 지하에 장례식장을 증축하고 지상에 응급의료센터를 건립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즉 장례식장을 이동해 증축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는 기존 장례식장과 아파트의 거리가 약 5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도의료원 측의 계획대로 지어지면 장례식장이 아파트와 앞 2차선 도로와 맞닿아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의료원 측은 기존 장례식장 자리에 응급의료센터를 짓고 그 뒤쪽(아파트와 인접한 곳)에 장례식장을 증축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없다.
이런 가운데 두산아파트와 벽산블루밍아파트, 관고2통 주민들은 지난 4일 도시계획실시계획인가에 따른 공람·공고중인 이천시에 ‘장례식장 증축 절대 불가’ 의견을 담은 의견을 제출했다.
이들은 장례식장 반대 이유에 대해 ▲장례식장 이동증축 반대 ▲집값하락 ▲근접한 혐오시설 표출로 실생활(조망권, 정신적, 휴식권) 피해 ▲소음 피해 및 주차문제 심각 ▲ 어린이에게 학습권 피해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장례식장 증축과 응급의료센터 건립에 대한 향후 행정절차는 공람·공고 기간 중 접수된 민원을 시행자인 경기도에 보고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거쳐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한 뒤 개별법에 의한 건축허가를 받으면 된다.
이에 따라 인허가권자인 이천시의 결정에 온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는 줄곧 장례식장 증축 반대를 외쳐온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서도 장례식장 증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이천시민들사이에선 주민들의 반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시민 대다수가 제대로 된 장례시설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인근지역 주민들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천=이백상기자 bs2000@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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