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슈퍼박테리아 ‘무방비’

올해 감염자 수만여명 추정 불구 현황조차 파악 못해

병원내 방역·소독 600여곳뿐… 1만5천여곳 예방 전무

경인지역 상급 종합병원 6곳에서만 올해 1천100여명의 일명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감염 환자가 발생, 수만여명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질병당국의 관리·감독은 허술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1일 기준으로 경인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자료 제출 6개 병원)의 다제내성(6종)균 신고건수는 1천164건으로 병원당 194건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9천143건(자료 제출 37개 병원)으로 국내 최고의 의료설비를 갖추었다는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다제내성균 신고 건수가 월 20~30건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경인지역에는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이 모두 1만5천600여곳으로 올해 슈퍼박테리아 감염자만 수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상급 종합병원 6곳을 제외한 이들 병원은 감염자에 대한 보고조차 받지 않아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상급 종합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들도 질병관리본부의 슈퍼박테리아 표본감시 대상에 포함시켜 감염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경인지역 대다수 병원들은 병원 외에서 감염 가능성이 낮은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들에게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직접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방역 및 관리 부실을 환자들에게 미루고 있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아울러 슈퍼박테리아 감염 차단을 위한 병원 내 방역 및 소독도 경인지역 병원급 이상 600여곳에만 한정돼 있어 나머지 1만5천여곳의 의원급 이하에는 사실상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예방이 전무한 상황이다.

 

여기에 600여곳 병원의 방역 및 소독 대상 병원들의 관리·감독도 각 병원에서 지정한 방역업체의 보고서로 대체하는 만큼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A 종합병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다제내성균을 포함해 병원 내 감염을 주장할 때 환자가 이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라며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알지만, 밖에서 감염돼 병원을 찾은 환자들까지 치료비용을 내줄 수 없어 부득이하게 이런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내 한 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방침에 따라 상급 종합병원에서만 슈퍼박테리아 감염 여부를 보고받고 있으며, 법률에 따라 600여곳만 방역 및 소독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kgib.com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항생제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변이 등으로 저항하게 된 박테리아로 2개 이상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있으며 지난 1961년 영국에서 MRSA가, 1996년 일본에서 VRSA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제내성균을 없애는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