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빈집 3천여채 도심 흉물로

사유재산 이유로 철거도 못하고 장기간 방치

쓰레기 넘치고 화재 등 사건·사고 무방비 노출

경기지역 내 3천여곳에 달하는 폐가 및 폐건물 등이 아무런 조치 없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각종 사건·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20일 경기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도내에는 수원과 안양, 고양 등 15개 지역 176개 재개발구역이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중단된 상태로, 약 3천500곳의 폐건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이들 폐건물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방치,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1시께 찾은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재개발구역은 도심 속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약 4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이곳은 지난 2004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며 주민의 절반 이상이 마을을 떠났고, 이후 7년 동안 사업이 중단, 사실상 마을 전체가 슬럼화됐다.

 

꽤 오랫동안 방치된 듯 보인 이 지역 폐가들은 온갖 쓰레기와 거미줄, 구정물이 고여 악취가 진동했으며, 4~5층짜리 빌라건물 들은 폭탄을 맞은 듯 건물 내·외부가 일부 무너져 내려 있었다.

 

또 다른 빌라건물 내부에는 마신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소주병과 담배꽁초, 부탄가스캔 등이 널려 있었으며, 이불과 슬리퍼, 옷가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청소년과 노숙자 등의 출입이 빈번했음을 예상케 했다.

 

이 지역은 지난 1월 폐가를 드나들던 한 여중생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던 곳과 불과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오산시 은계동 한 주택가에는 대기업의 연수원으로 쓰이던 2층 건물이 10여년 간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은 인근에 거주 중인 주민 한명이 출입구에 잠금장치를 하는 등 관리하고 있었으나, 다른 폐건물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오물과 쓰레기, 불을 피운 흔적 등이 넘쳐 났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60대 할머니 한 명이 이곳에서 자살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민 P씨(60)는 “여름이면 저 건물에서 각종 해충이 쏟아져 나와 살 수가 없을 정도”라며 “담이라고 쳐 있는 것은 1m도 채 되지 않아 청소년들이 제 집 드나들듯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이달 초 여중생들의 사소한 불장난에 아파트 모델하우스 화재사고가 발생했던 구리시 교문사거리에는 이미 분양을 마쳐 사용이 중지된 모델하우스 건물이 잠금장치만 된 채 방치돼 있는 등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었다.

 

이에 대해 도청 관계자는 “각기 다른 이유가 있지만, 이들 폐건물은 모두 사유재산이라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대신 관계기관과 연계해 CCTV설치와 순찰활동 강화 등 나름대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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