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과천·수원 등 공원내 예술작품들 푸대접 지자체들 ‘문화도시 표방’ 말뿐 인력없어 방치
도내 각 지자체가 문화예술의 도시를 표방하며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공공조형물이 전담 관리 인력조차 없이 방치,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25일 오전 11시께 안양 평촌 중앙공원.
안양시가 37억여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가운데 동굴 형태(작가명 이불)로 된 것의 내부로 들어간 시민들은 “화장실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며 얼굴을 찌뿌린 채 황급히 나왔다.
바로 옆의 하얀 색 원형 조형물(작품명 시간의 파수꾼)도 비와 먼지가 뒤엉킨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등 작품 대부분이 오랜 기간 방치됐음을 방증했다.
나머지 20여점의 국내외 작가의 작품들도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흔적이 역력했다.
시민 U씨(57)는 “매일 가족과 함께 이 곳에 산책오는데 청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내가 낸 세금으로 마음대로 설치했으면 관리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이날 과천시 별양동의 중앙공원의 조형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조형물을 비추는 조명마다 흙과 낙엽이 가득 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다 5개의 기둥 형태로 된 조형물 아래에는 파이프와 호스 등이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 오히려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2002년 수원월드컵경기장 조각공원에 7억여원을 투입해 설치한 작품 중 조개 형태의 조형물(작품명 환원)에는 각종 쓰레기와 썩은 물이 고여 있는 등 청소가 전무한 상태였다.
택시운전기사 O씨(58)는 “관광객이나 외지인들이 조각작품이 있는 공원에 가자고 하면 파손되고 쓰레기가 가득찬 것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며 답답해 했다.
월드컵 공원 관리자 A씨 역시 “작품 유지 보수 예산도 없고 훼손된 것이나 청소 등을 관리할 인력도 없다”며 “예술작품이어서 작가 동의 없이 손댈 수도 없고 공원 관리에 작품 청소 업무까지 더해져 짜증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내 지자체 한 관계자는 “사실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다”면서 “앞으로 관리 예산 편성과 인력 충원 등을 논의해 시민이 더 즐겁게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두영기자 hdy8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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