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무인발급기’ 수수료 한해 수천만원 경영난 가중 약국들 “속쓰려”

종합병원, 시민편의 등 이유로 앞다퉈 설치

약 못 팔아도 수수료 부담해야… 불만 속출

경인지역 종합병원들이 처방전 발급 인원 감축과 시민 편의 등을 이유로 들어 앞다퉈 설치한 처방전 무인발급기(키오스크)로 인해 인근 약국들이 매달 수백만원씩의 수수료를 부담, 약국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키오스크의 시스템 미흡으로 실제 약을 판매하지 못하면서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 약국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경인지역 종합병원 등에 따르면 종합병원들은 약 조제 대기시간과 수납 대기시간이 줄어드는 환자의 편의는 물론 수납인력 감축 등의 장점으로 키오스크를 10여년전부터 부분적으로 도입, 현재는 병원마다 10~20대씩 갖추고 있다. 키오스크 화면에는 가입된 약국명과 약도 등이 있어 특정약국을 선택하면 처방전이 약국으로 전송되는 시스템으로, 약국들은 처방전 전송 건수당 150원~300원의 상당의 수수료를 기계 공급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일선 약국에서 전액 부담해야 하는 키오스크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약국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원시 팔달구 S종합병원 인근 K약국은 하루 평균 처방전 400여건(수수료250원/건)이 전송돼 연간 수수료로 3천50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인천의 K종합병원 인근 B약국도 하루평균 전송 처방전이 300여건(수수료300원/건)으로 3천여만원을 내고 있는 등 종합병원 인근 약국들의 수수료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키오스크의 시스템 미흡으로 환자들이 특정 약국의 처방전을 발급받고도 다른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경우가 30%~70%에 달해 약국들이 약을 팔지 못하고도 수수료만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약국들은 키오스크의 처방전이 전송돼도 약을 조제하지 않고, 환자가 온 후에야 약을 조제하는 등 키오스크의 도입 취지마저 퇴색되고 있다.

 

인천 길병원 앞 A약국 약사 L씨(42)는 “키오스크 수수료 부담으로 영세약국은 설 자리가 없다”면서 “수수료를 지급하는 키오스크 발급건수의 70%가 타 약국에서 약을 제조하는 것으로 상당액의 수수료만 떼먹히고 있는 꼴”이라고 불평했다.

 

수원 S종합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병원을 위한 인력 감소의 차원이 아니라 환자가 수납과 처방전 발급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키오스크 시스템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구·홍두영기자 highto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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