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속 대기업 현금결제 비중 축소… 은행권 대출조차 외면
인천 남동공단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50)는 지난달부터 회사운영자금 1억 원을 구하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돈을 구하지 못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정책자금은 이미 소진됐고, 기술보증기금은 회사 실적이 안 좋아 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은행대출이라도 받으려 했지만, 담보를 요구해 포기했다.
금형업체 K사(인천 남동공단) 대표 이모(45)씨는 최근 대기업 1차 협력업체가 주문한 내년 물량을 준비하기 위해 원자재 구입비 1억 5천만 원을 빌리려 거래 은행을 찾았다.
평소 신용대출도 가능했던 터라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다.
이 대표는 “대기업은 대부분 어음으로 결제해 현금 구할 길이 없다. 대출도 받기 어려우니 대체 어디서 돈을 구하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럽발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권이 자금줄을 죄면서 중소기업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의 심각한 자금난은 국내외 글로벌 유동성 위기와 계절적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우선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정부 정책자금이 모두 소진돼 돈을 빌릴 곳이 없다.
27일 중진공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정책자금 지원 결정액은 1천981억 원으로 올해 예산(1천668억 원)을 훌쩍 넘겨 신규 신청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권은 최근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터지자 자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 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다.
중소기업 원청업체인 대기업이나 1차 협력업체들도 이미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중소기업의 현금결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중소기업청은 최근 인천지역을 비롯해 전국 중소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자금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동향 파악에 나섰다.
인천중기청 관계자는 “10월 이후부터 신제품 개발과 내년 물량 준비를 위해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빌릴 곳이 없어 자금난 호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iks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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