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처녀

연길 교외

 

허름한 건물에서

 

푸른색 붉은색 한복으로 단장하고

 

우황청심환이며 홍삼이며 자수 그림이며

 

들쭉술, 구렁이술

 

‘조국’의 상품들을 팔고 있는

 

북한 처녀야

 

 

아무리 좋다고 설명해도

 

공짜로 나눠 주는 청심환 조각만 받아먹을 뿐

 

물건에는 관심이 없는 남한 손님들에게

 

‘청심환 한 알씩만 사 주셔도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고 애소하는데

 

 

가난한 조국

 

고단한 외화벌이에

 

오늘도 목이 메는

 

북한 처녀야

 

유 자 효

 

부산 출생.

시집 <성 수요일의 저녁> , 산문집 <다시 볼 수 없어 더욱 그립다> 등 다수.

KBS 파리특파원·SBS논설위원실장·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역임.

국제 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정지용문학상·유심작품상·편운문학상·한국참언론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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