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밑지는 돼지…포기하고 싶다”

[현장속으로] ‘출하가격 폭락’ 화성 돼지농가는…

“돼지를 팔면 뭐합니까. 한마리 당 5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판인데요”

 

2일 오후 화성시 향남읍 한 돼지농장에서 만난 농장주 김모씨(47)는 구제역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떨어져버린 돼지 출하가격 때문에 앞길이 막막하다.

 

김씨는 올 초 구제역 당시 1천800여마리 중 1천457마리를 살처분하고 후보돈(예비 어미돼지)을 구하기 위해 전남 영광, 충청 천안 등 타 지역 종돈장에서 지난해에 비해 마리당 30만원이나 비싼 80만원을 주고 재입식했다.

 

재입식으로 돼지 수 1천700여마리(90%)를 키우고 있는 김씨는 재입식의 기쁨도 잠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사료값, 약품비, 분뇨처리 비용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6월 1㎏당 580원이었던 사료값은 현재 650원으로 올랐고, 분뇨처리를 위해 위탁업체에 지불하는 비용도 1t당 1만4천원에서 2만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돼지 출하가격은 60만원에서 35만원으로 절반 가량 뚝 떨어졌다.

 

구제역 악몽 씻고 재입식 기쁨도 잠깐

 

사료값·약품비·분뇨처리비 등 치솟아

 

“마리당 5만원씩 손해…앞길이 막막해”

 

따라서 온갖 정성을 들여 돼지를 키워 출하해도 마리당 5만원씩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당장 다음달이 더 걱정된다는 김씨는 “추워지면 난방비가 또 들어갈텐데 현재 출하가격이 지속되면 기름값이 많이 올라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다음달 사료값도 10% 추가 인상돼 20년을 해온 이 일을 계속 해야할지 고민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구제역 종식을 선언한지 8개월여가 지났지만 도내 돼지농가들은 치솟는 사료값과 여전히 낮은 돼지 출하가격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함께 구제역 방지와 HACCP 인증 등을 위해 농장 방문 차량의 번호, 인적사항 등을 여전히 기록하는 등 정부의 복잡한 돼지출하 시스템도 농가의 시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제 갓 어미젖을 뗀 새끼 돼지에게 사료를 주고 나온 김씨는 조심스럽게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김씨는 “구제역이 1종 전염병으로 분류될만큼 심각한데 내년부터는 백신 비용을 농가가 50% 부담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한미FTA로 축산농가가 손해볼 것이 뻔한데 정부가 축산 종사자들이 먹고 살 수 있게 도와야하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환율 등의 영향으로 사료가격 등 양돈 비용에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돼지가격 폭락에 대비해 가격 안정화 기본 틀을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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