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장보기

저물녘 영주 시장 한 모퉁이

 

비료 포대 깔고 앉은 할머니

 

 

온종일 스치는 발소리만 듣다가

 

풀 죽은 나물 몇 줌이

 

할머니를 닮아간다

 

 

바로 옆 아채상회

 

싹싹하고 예쁜 계집과

 

팔뚝 굵고 입술 두터운 사내는

 

-또 오세요, 고맙습니다

 

싱싱한 나물 잘 팔려 흥겹다

 

 

풀 죽은 나물과

 

더 풀 죽은 할머니 골 깊은 주름을

 

바구니에 담아 돌아오는데

 

 

등 굽은 할머니 안부가 애타는지

 

바구니에 담긴 나물들이

 

시름시름 드러누웠다

 

 

강원도 태백 출생.

 

<문학시대> 로 등단.

 

<혜화시> 동인·시대문학회·

 

김포문인협회 회원

 

시집 <반쪽만 닮은 나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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