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때문에… 애꿎은 집배원 ‘곤욕’

업무차 전화해도 사기꾼 오인… 소포 수령·전화 수신 거부 일쑤

“너 이XX 보이스피싱이지?”

 

수원우체국 집배원 A씨는 최근 수원시 고색동의 한 빌라 앞에서 휴대폰을 부여잡고 통화버튼을 수십차례 눌러대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소포를 받을 고객인 C씨는 ‘우체국입니다’라는 A씨의 한 마디에 심한 욕설을 하고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서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방법 외에 A씨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봉투에는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H타운’까지만 기재돼 있을 뿐, 동과 호가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주소 뿐 아니라 발송인까지 확인할 길이 없어 수취인이 전화를 받지 않는 이상 물건을 전달할 방도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C씨에게 배달됐던 소포는 여전히 우체국에 남아 있는 상태다.

 

6년째 집배원으로 일하는 K씨도 보이스피싱으로 취급받았던 사례가 한두차례가 아니다. K씨는 지난달 중순께 겪은 30대 여성 고객과의 황당한 경험을 생각하면 쓴웃음만 나온다.

 

우체국이라는 말에 수취인은 전화에 연신 퉁명스럽게 답하고 일방적으로 끊더니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아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도내 우체국 집배원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자로 오인을 받으며 업무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유행하면서 고객이 소포 수령과 전화 수신을 거부하는 등 실제 우체국 직원을 사기꾼으로 오인,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도내 지역 41개 우체국마다 보이스피싱으로 오인받은 집배원들에 대한 확인을 요하는 전화가 매주 수차례씩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남우체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고 우체국으로 확인전화가 오지만 알고 보니 우리 직원이었던 경우가 일주일에 2건 이상”이라고 말했다.

 

수원우체국 관계자도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동시에 이용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우체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두영기자 hdy84@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