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켤 엄두도 못내 의지할 곳은 강아지뿐…

[현장르포] 기초수급 할머니의 힘든 겨울나기

“가스값이 너무 비싸서 보일러는 꿈도 못 꿔. 작년에 복지관에서 준 전기장판이라도 있어 다행인게지.”

 

경기지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24일 오후 3시께 수원지역 최대 번화가인 팔달구 인계동 한 켠의 판자촌 구역.

 

길 건너편 화려한 고층 빌딩 숲과 달리 10㎡도 채 되지 않는 골방 5~6채가 옹기종기 붙어 있는 이곳의 모습은 마치 재개발 구역 내 폐가를 연상케 했다.

 

이곳에서 6년째 거주 중인 김선례 할머니(86)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날씨까지 추워져 문지방 밖을 나서기도 어렵다.

 

김 할머니가 사는 방 안에는 복지관에서 전해준 장롱과 TV, 그리고 쌀과 생수 상자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지만 정작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는 전기장판과 이불 한 채뿐이었다.

 

신발을 벗고 어둠컴컴한 방 안에 들어서자 차가운 바닥의 느낌이 발 끝에서부터 전해져 왔고, 전기장판 역시 전기료가 부담돼 ‘약’에 맞춰놓아 미지근한 정도였다.

 

난방비 5만원 태부족… 세수할 때만 보일러 가동

 

수원 유흥가 한켠 쪽방서 “하루라도 따습게 잤으면”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은 겨울철 각종 단체에서 전해주는 연탄배급으로 그나마 추위를 떨쳐낼 수 있지만, 월세 16만원의 이 방에는 LNG가스 보일러가 설치돼 있어 이마저도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담당 동사무소에서 생계비(월 26만 원) 외에 11월부터 3월까지의 동절기간 동안 월 5만원의 난방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올해 가스비 인상 등으로 난방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김 할머니는 아침에 세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보일러를 켤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큰 아들의 사업실패로 어느새 10년이 넘도록 홀로 생활하고 있는 김 할머니가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7살 된 강아지 ‘해피’뿐이다.

 

김 할머니는 “친자식이 아니라 그런지, 아니면 형편이 어려워서인지 자식들이 잘 찾아오지도 않는다”라며 “이제 많이 늙어서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해피와 함께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등 따습게 잘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할머니처럼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난방비를 받는 사람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취약계층인 노인(만 65세 이상)과 장애인(중증 1~3급) 6만여명 뿐으로, 나머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4만여 명은 이마저도 받을 길이 없어 올해도 겨울과 사투를 벌여야 할 판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노인과 장애인 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에서도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난방비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지원이 안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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