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달마을 주민들 암 공포 여전

“비오면 하천에 폐수·바람불면 허연 분진가루”

“이상 없다는 말만 하지 말고 하천수질 검사부터 다시 해라”

 

4일 오후 고양시 식사동 견달마을.

 

폐암 등 암 질환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곳에서 100여일만에 다시 만난 마을주민 A씨(77)는 “비 오는 날마다 마을 위쪽에서 허연 물이 쏟아져 내려온다. 비 오는 날 당국의 감시가 허술해지는 틈을 타서 모아둔 흙탕물을 한꺼번에 버리는 것 아니냐”며 “부시장도 다녀가면서 이상이 없다고만 하는데 개천물을 떠다 검사 한번 해보라”고 말했다.

 

그의 안내를 받고 나가 본 마을 인근의 도촌천에는 비가 그친 뒤 수 시간이 지났지만, 여울진 곳곳마다 석회분말 등으로 추정되는 하얀 부유물이 떠다니고 있었다.

 

특히 주민들은 비가 올 때면 상류로부터 하얀 물이 다량으로 쏟아져 내려와 마치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양시는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견달마을 내 원주민 27가구 중 12가구에서 폐암 등 암 환자가 발생했다며 견달마을 주민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하자 지난 8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각 2차례의 건강검진과 대기오염 측정을 벌인 바 있다.

 

“이상없다는 오염조사 못 믿겠다” 정밀검사 요구

 

고양, 내년 2월까지 세 차례 대기오염 측정 실시

그 결과 시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역 내에서는 여전히 주민불안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마을 주민들은 도촌천 상류부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시설과 콘크리트 공장 등에서 비가 오는 날 돌가루나 석회가 다량 포함된 폐수를 흘려보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또한 인근의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에서는 폐기물을 분쇄해 쌓아놓은 분진 더미에 날림방지막을 설치해 놓았지만 이마저도 일부만 가려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서 북서풍이 불 경우 분진이 더욱 많이 날려올 가능성이 크다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 B씨(75)는 “바람이 불면 집 쪽으로 분진이 날아와 지붕에 허옇게 쌓인다. 분진 더미 일부만 슬쩍 가려놓고 아무 문제없다는 식”이라며 “나는 이미 몸이 늙었고 이곳에서만 5대째 살고 있어 정든 마을을 등질 수 없는 처지라, 자식과 손자들만이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외지로 나가 살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견달마을에 대한 겨울철 대기오염도 측정을 위해 이번 달 중순께 대기오염 측정을 한 차례 더 실시한 후 내년 1월과 2월에도 대기오염 측정을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호준·박성훈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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