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존댓말 쓰는 의왕 백운초교 학생들
“영희씨, 철수씨”
회사 사무실에서나 있을 법한 호칭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오가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면서 비속어와 은어, 욕설 등이 난무하는 추세에 친구끼리 존댓말을 사용함으로써 서로 존경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초등학교가 있어 화제다.
의왕시 내손동 백운초등학교(교장 황옥자) 학생들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모든 대화를 존댓말을 사용하고 상대방을 부를 때에도 ‘OO씨’라고 부르고 있다.
모든 대화를 존댓말을 사용해 감정이 조절돼 불평과 불만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게 되고 상대방을 놀리는 말도 하지 않게 돼 1년 동안 단 1건의 다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4학년1반 김진숙 교사(47·여)가 학기 초인 3월 학생들과의 첫 만남에서 친구끼리 존댓말을 사용하자는 약속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윤리부장을 맡고 있는 김 교사는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아이들이 개인 위주로 생각하고 생활하는 경향이고 기분대로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자기 탓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며 자기로 인한 남의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자기와 타인의 존중감을 길러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대말 사용운동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존댓말을 사용할 때는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해 오히려 친구와의 사이도 멀게 느껴 거부반응도 있었지만 한 달이 지난 뒤 정착이 되자 자연스럽게 급우들끼리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다”며 “존댓말 사용운동 이후 학부모들로부터 ‘깜짝 놀랐다’, ‘취지가 너무 좋다’는 등 격려가 쏟아졌다”고 미소지었다.
이런 존댓말 바이러스(?)는 옆반으로 옮겨졌다. 옆반 친구끼리 하는 대화를 본 4학년2반 학생들이 즉시 학급회의를 열고 당장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같은 반이 아닌 다른 반 친구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면서 교내 곳곳에 확산됐다.
황 교장은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밝고 성숙해진 학생들 모습을 보면 힘이 솟는다”며 “내년에는 전교생이 존댓말을 사용하는 운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왕=임진흥기자 jhl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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