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곳에 영향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에서 앞으로의 북한의 향방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긴급 타전하고 애도를 표하는 한편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측면에 집중한 채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무역 문제에 영향이 끼칠 것이라는 우려감도 나타나고 있다.
■ 중국 지도층 애도 표현…중ㆍ북 정치적 변화없어
중국 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했지만 후계자 김정은 체제가 이어지더라도 중국과 북한 간의 정치적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 중국 주요신문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마차오쉬(馬朝旭) 대변인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북한 사회주의를 발전시킨 중국 인민의 절친한 친구”라며 “북한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중국과 북한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 대변인은 이어 “중국과 북한이 인민, 당, 국가, 인민 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견고하게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 공헌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라 김정은 후계체제로 전환됨을 나타내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지도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중국 내 관련 전문가들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북한 외교 문제를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지만 당분간은 안정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양국 간의 관계 유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칭화대(??大) 국제문제연구소 류지앙용(劉江永) 부소장은 인터넷판 런민일보(人民日報) 토론방을 통해 “김정은이 아직 어리지만 본래 지도자로 성장을 해 와 당분간은 외교 차원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향후 이전 지도자들보다 더 좋은 국제정치, 경제 환경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북한 간의 교류와 관련, 장 부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북한은 눈에 보일 정도로 관계가 좋아졌다”며 “전통 우호관계를 기초삼아 꾸준히 발전시키면 중국과 북한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상하이종합지수도 하락세…중국 증시에도 찬바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국내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국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6.60p(0.30%) 하락한 2천218.23로 장을 마쳤다. 상하이A주는 6.92p(0.30%) 내린 2천323.91로, 상하이B주도 0.45p(0.21%) 떨어진 215.41로 장을 마감했다.
이와 함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05.60p(1.26%) 떨어진 8천296.12에 장을 마쳤으며 대만 가권지수는 2.24%, 홍콩 항셍지수1.18% 떨어지는 등 아시아증시도 김 위원장의 사망 영향으로 동반 추락했다.
중국의 주요 증권사인 안신(安信)증권 측은 연구발표를 통해 “전체적으로 단기적 반등으로 보이지만 장기간 동안 호재가 없으면 지수가 폭락할 확률이 크다”며 “중국은 군수공업, 전자, 미디어 등 시장에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또 샨동션광(山?神光)증권 관계자는 “중국 주식시장이 김 위원장 사망 영향으로 당분간 약세를 탈 것으로 보여 현금을 늘리는 것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주가 하락시기를 주시하고 투자자들은 과도하게 흔들리지 말고 북한 정책 소식에 귀기울여 한다”고 조언했다.
■ 중국 국민 안타까움, 현지 교민 불안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이어 김정은 부위원장 후계자체제 소식에 중국 국민과 현지 교민이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 이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는 애도의 물결과 함께 중국과 북한이 함께 성장해야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아이디 xvechao는 “김정일 위원장이 떠났다고 해서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호관계에 대해 동요하면 안된다”며 “김정일 위원장과는 영원히 이별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우의는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fkjxp는 “후계자 김정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의지를 계승해 북한을 번영시키고 인민의 행복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며 “중국인이 북한 인민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반면 중국 현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김정일 사망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베이징에서 한국 기업에 다니는 박모씨(32)는 “중국이 북한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나라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국내 증시가 불안해지면 우리 기업 사정에도 문제가 생기고 중국에 있다보니 안보 문제가 가장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유학생 김모씨(23ㆍ여)는 “어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수업에 들어갔더니 일부 중국 친구들이 남조선과 북조선이 전쟁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한다”며 “이 곳 상황은 한국과 달라서 어떻게 대비해야 불안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한중 무역 지장없나…정부, 기업 초긴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중 간의 무역 활동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북한이 비상 상황에 빠진 만큼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새로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과의 경제 교류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김정일 사망에 따른 국내 산업과 무역, 에너지 전반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기 위해 실물경제 비상상황실을 운영하고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더욱이 19일 오후부터 중국과 북한의 접격지역인 단둥세관의 문이 닫히면서 중국 현지에서 무역을 하고 있는 교민들은 중국과 북한의 무역 단절에 이어 한국과 중국의 무역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베이징 외곽지역에서 가구 무역을 하는 오모씨(56)는 “유대관계가 있는 중국과 북한 사이에 경제활동이 차단된 마당에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중국이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무역은 큰 돈이 오가는 만큼 국가 간의 길이 막히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안함을 나타냈다.
중국 관련 전문가도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칭화대(??大) 국제문제연구소 류지앙용(劉江永) 부소장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낙관적일수만은 없다”며 “한국과 북한에 군사 문제가 개입돼 있는 만큼 한중 양국 간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무역 마찰 문제에 추가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 따른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 기업도 불확실성에 정부를 신뢰하고 확고한 의지와 냉철한 자세를 가지고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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