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미 ‘대북 리스크’ 충분히 반영”

[인터뷰]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조문정국 끝나면 ‘장성택 섭정’ 패밀리통치 불가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지난 19일 하루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한국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변동은 단기적인 것이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김정은의 권력 이양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단기적으로 북한체제의 동요나 내부혼란은 없을 전망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쓰러진 지난 2008년 여름 이후 빠른 속도로 권력 이양을 준비해왔고, 이미 당과 군부의 구 권력엘리트들을 신진세력으로 상당 부분 교체한 상황이며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의는 김정은 시대의 권력체계가 완성됐음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행사여서 북한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또 임 수석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알려진 19일 당일 코스피는 63p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핵실험이나 연평도 포격 정도의 충격이 금융시장에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핵실험이나 연평도 포격이 주가 회복에 일주일 가량이 소요됐던 반면 이번 사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일 사망 금융시장 영향 일시적 오히려 향후 남북경협 호재 가능성

그는 “북한은 장례를 치르고 당분간 내부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로 대외관계에 있어 수세적인 입장이지 한국이나 미국을 도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북한 내부 권력 동향에 이상이 생기느냐 여부에 달려있긴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발성 악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임 수석연구원은 국제 신용등급에도 이상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피치나 무디스와 같은 대형 신용평가기관들의 전망도 이와 같으며 현재 한국의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북한변수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망소식이 알려진 19일 2천억원을 매도했지만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로 20일 반등세를 보였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장기적으로 갈 사안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남북경협에 끼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사태는 도발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성공단 문제가 도마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 수석연구원은 “남북경협의 경우도 지난 천안함 사태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경협이 중단된 상태이므로 추가적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라며 “북한에서 장례기간이 끝나는 한두달 이후에는 오히려 남북경협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견했다.

 

그는 “그래도 한국정부는 안심하지 말고 이번 사태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북정책의 초점을 남북관계 안정화에 두고 가급적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이나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수석연구원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남북관계 및 북한상황 안정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유언비어나 억측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미리 견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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