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당할 순 없다”… AI 의심 신고에 초긴장

[현장속으로]‘오리 110여마리 폐사’ 이천 설성면

“축산농가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어요. 제발 고병원성이 아니길 바랄 뿐이죠.”

 

5일 오후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증상으로 오리 110여 마리가 폐사한 K모씨 농장이 있는 이천시 설성면 신필리의 한 마을.

 

축산농가가 곳곳에 운집한 이 마을 안쪽 K씨의 농장 입구에는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로 통행을 차단하오니 우회바랍니다’라는 팻말이 서 있어 마치 사건 현장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의 영향인지 주민들은 “또 우리 마을 가축에 몹쓸 병이 도진 것이냐”며 AI 발병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K씨 농장으로 통하는 길목 두 곳은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농장은 방역차량을 소독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날 현재 추가 폐사된 오리는 없었다.

 

농장 입구에서 만난 방역지원본부 관계자는 “추가 폐사된 오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상황이 많이 호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농장과 약 500m 거리에 위치한 S목장도 오리 9천수를 수호하기 위해 소독을 강화하고, 외부인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 인근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예방차원에서 오리를 살 처분한 바 있는 그는 “내 농장은 내가 지켜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방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소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해 보였다.

구제역 악몽 떠올라… 외부차량 통행 차단 농장예찰·소독강화

이천은 지난해 13농가에서 AI가 발생해 가금류 46만 마리를 살처분한 아픔이 있다. 또 구제역 발생으로 350여 농가에서 37만6천 마리를 매몰 처분해 당시의 악몽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의심 신고 농장 바로 옆에 위치한 축산농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젖소를 사육하고 있는 L씨(40)는 “바로 옆에서 가축이 폐사됐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며 “구제역 발병도 안심 할 수 없는 입장은 아니냐”고 말했다.

 

시는 의심 신고 접수 후 곧바로 실시한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 rt-PCR(종합효소연쇄반응)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의심 농장에 대한 소독과 이동 제한을 지시하고 농장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오염지역 안에는 1개 농가, 닭 12만4천 마리가 있으며, 3km 반경 내 위험지역 안에는 29개 농가에서 54만820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사육되고 있다.

 

종란 접종 등 정밀검사를 진행 중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오는 7일께 최종 검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고병원성으로 나오지 않기를 이천시와 모든 축산 농가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이백상기자 bs200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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