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이동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
불치의 병을 앓는 환자들 중에는 자신의 병이 회복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와 낙천적인 사고를 하는 그룹이 훨씬 오래 살고 행복한 생활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 임상 의학에서 주목되고 있는 인간의 중요한 성격적 특징이나 태도는 ‘낙천주의’라고 보고 되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에서 78명의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 연구에 의하면 천형이라고 알려진 자신의 병인 에이즈에 대해, 자신이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낙관했던 사람들이 에이즈의 평균수명 밖에 살수 없다고 자포자기한 사람들보다 평균 9개월을 오래 살았다고 발표했다.
다시 해석하면 건강과 수명에 대한 낙천주의는 실제로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낙천주의’는 인체의 면역체계의 반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피츠버그 암 연구소의 연구자들에 의하면, 낙천적인 생각을 강화하고 패배의식을 극복하는 심리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일반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 비해 암세포를 죽이는 자연 살상세포(Naturall killer cell) 수치가 증가됐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와 비슷한 의학연구 사례는 계속 보고 되고 있다.
즐거운 마음, 낙천적인 마음, 웃음의 매력은 이렇듯 우리의 잠자고 있는 건강과 행복의 유전자를 일깨운다. 결국 긍정과 웃음이 유전자도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는 일본 유전자 연구의 제일인자인 쓰쿠바대학 무라카미 가즈오 박사에 대해 제안됐다.
인간 유전자에는 30억개의 정보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활성화되어 작동하지는 않는다. 전기 스위치 또는 피아노 건반과 같이 두드려야 ‘정보’가 나온다고 한다. 무라카미 박사는 이러한 유전자의 발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전자에는 ‘깨어나 작동하라’또는 ‘잠들어라’ 같은 명령정보가 함께 들어 있다. 이것을 유전자 스위치의 작동(on)과 해제(off)라고 한다.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아 태어난 것이지만 후천적인 요인으로 작동과 해제할 때가 있다.
그 작동과 해제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는데 첫째가 물리적요인, 둘째가 화학적 요인, 그리고 셋째가 정신적인 요인과 관계하고 있다. 그중에서 마음이나 생각 같은 정신적인 요인이 지금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무라카미 박사의 설명은 ‘심신일여(心身 一如)’ 즉 ‘몸과 마음은 하나다’라는 동양 사상과 일치하고 있다.
낙천주의와 웃음이 주는 의학적 효능은 자명하게 알려져 있다. 웃지 않는 사람들이 암에 잘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어쩌면 암세포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는 인체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비유일 것이다. 현대의 각박한 사회구조속에 웃음과 긍정의 마음보다는 근심과 걱정의 바다 속에 잠겨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가 지나친 걱정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훼손시킨다.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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