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칼럼]SNS 보수 논객 10만 양병론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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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보수 셋만 모이면 나라 걱정이다.

 

말이 나라 걱정이지 사실은 욕이다. 블로거, 트위터, 페이스북이 다 싸 잡힌다. ‘천안함을 조작극이라는 정신 나간 인간들’ ‘아무것도 모르고 떠드는 철부지들’에 심지어 ‘전부 빨갱이들’이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그래서 물었다.

 

‘페이스북 하십니까. 트윗은 해보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그런 짓 안 한다’다. ‘그런 건 한가한 애들이나 하는 거’란다.

 

이러니 지는 거다. 보수가 미는 한나라당이 지고, 한나라당을 믿는 보수가 지는 거다. 선거 때마다 맞은 한나라당은 더 맞을 곳도 없다. 제 몸 가누기도 어려워 간판을 내리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수는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판에서는 우리가 이긴다며 한가닥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게, 겉으로 본 한나라당은 여전히 강골이다. 많은 사람이 주변을 지켜주고 있다. 중앙선관위 발표 지난해 통계를 보자. 한나라당의 당원은 195만2천466명이다.

 

비방만 해대면 해결되나

 

 이 중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만 20만8천686명이다. 민주당(당시)은 당원이 164만 7천895명에 진성당원이라야 6만4천470명이다. 당원도 훨씬 많고 진성당원은 세배가 넘는다. 선거 때마다 당원확보에 목숨을 걸던 우리 정치공식에서 보면 한나라당은 여전히 한국 정치를 틀어쥐고 있는 힘 있는 정당이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다. 질 때마다 충격이 컸던 이유다. ‘분명히 이기고 있었는데… 이럴 리가 없다’며 아까워한다. 그게 패착이고 오판이다. 4·27 재보선은 이미 지고 있었다. 10·26 재보선도 그랬다. 뻔히 지는 게임을 이긴다고 보고 있었던 거다.

 

표심이라는 거대한 풀의 절반을 뚝 잘라놓고 한쪽만 쳐다봤다. 반대편에 도사린 거대한 공룡을 보지 못했다. SNS의 어마어마한 머릿수와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보지 못했다.

 

소설가 이외수를 ‘트통령’이라고 부른다. 트위터 대통령이란 뜻이다. 그가 140자 촌철살인으로 긁어모은 팔로어(註: 따르는 사람)만 111만 명이다. 한나라당 21만 명과 비교가 안 된다. 대한민국 모든 정당의 진성당원을 합친 33만 명보다도 많다.

 

일사불란함은 또 어떤가. 밥 사주며 모집하고, 관광 보내주며 유지하는 정치 당원과 다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외수 트위터에 다섯 글자가 떴다. ‘투표만복래(投票萬福來)’. 이 뜻을 넘겨받은 건 팔로어들이다. 이 얼굴도 없는 100만 명이 반나절 만에 선거판을 뒤집었다.

직접 뛰어들어 논쟁해야

 

여기에 ‘트총리(트위터 총리)’쯤 되는 인사들도 있다. 또 다른 거물 숙주들이다. 박원순(31만 명), 조국(21만 명), 이정희(17만 명)…. 모두가 선거판을 쥐락펴락하는 빅 브라더들이다.

 

여기에 보수는 없다. 야당이나 진보 일색이다. ‘이기고 있었는데…이럴 리가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무지고,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핑계다. 보수는 이미 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전의 날을 석 달여 앞둔 지금도 지고 있다.

 

100만, 30만, 20만…. 누가 누군지 서로도 모른다. 개중엔 비난 받아 마땅한 ‘님’들도 있다. ‘정신 나간 인간들’도 있고 ‘무엇도 모르는 철부지들’도 있다.

 

하지만 선거일 아침만 되면 한 후보에게 몰리는 게 그들이다. 100만 표가 고스란히 한 명에게 가고, 30만 표가 고스란히 한 명에게 간다. 선술집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SNS 욕이나 해대는 게으른 보수들이 이겨낼 재간이 있겠나.

 

SNS에 뛰어 들어야 한다. 보수를 대변할 SNS 팔로어 10만이 양성돼야 한다. 그런 SNS 숙주 10만도 양성돼야 한다. 한나라당 좋으라는 제언이 아니다. 어차피 정당이야 이념이 훑고 간 자리에 남는 찌꺼기일 뿐이다. 보수 SNS 10만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균형과 견제다.

 

지금의 SNS 세상에는 그게 없다. 그래서 거기로 뛰어 들어야 한다는 거다. 균형을 잃었던 지난 10여년, 우리는 오른쪽 끝에서도 불행했었고, 왼쪽 끝에서도 피곤했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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