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경주로에 뿌리는 소금으로 지하수 오염” 주장 마사회 “천일염 쓰고… 모래와 수거해 처리 문제없어”
“보상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물만 쓰면 되는데 염분이 많아 이 마저도 못하고 있어요”
과천시 주암동에서 모종·국화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씨(67)는 4년 전부터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주암동 일대는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지하수를 이용해 농사를 지어왔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지하수에서 악취가 나고, 붉은 기름띠가 발생하기 시작, 나무와 꽃에 물을 주면 식물이 말라 죽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하자 박씨는 원인을 찾기 시작한 끝에 서울경마공원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박씨의 농원과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경마공원에서 말을 보호하기 위해 경주로에 소금을 다량으로 살포, 이 소금이 토양에 흡수돼 주변 토양 및 지하수를 오염시켰다는 설명이다.
박 씨는 “경마장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지하수가 괜찮았다. 오랫동안 염화칼슘과 소금이 땅에 흡수돼 오염된 것”이라며 “눈에 띄는 피해가 있어야 고소라도 할 텐데 나무는 서서히 말라 죽어 보상 요구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12일 한국마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 1989년 과천시에 들어선 서울경마공원에는 길이 1천600m 규모(폭 25m)의 경주로와 1천800m 규모의 경주로가 있으며,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 경주로에 뿌려진 모래가 결빙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금을 뿌리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에서 한 해 뿌려지는 소금은 평균 300t에 달하며, 지난 23년간 약 6천900여t의 소금이 서울경마공원에 뿌려졌다.
서울경마공원 인근에서 또 다른 농원을 하는 김모씨(50)도 “지하수에 염분이 너무 많아 나무를 키울 수가 없는데다 상수도까지 들어오지 않아 답답하다”며 “많은 농가가 경마장 때문이라는 짐작만 하고 있을 뿐 정작 보상을 요구하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주로와 말 이동로 등을 관리하기 위해 소금을 뿌리고 있지만 모두 천일염을 쓰고 있으며, 소금이 뿌려진 모래도 모두 수거해 처리하기 때문에 땅속으로 흡수되는 소금의 양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환경에 악영향이 있거나 민원이 접수됐으면 조치를 취했겠지만,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마공원이 위치한 과천시 주암동 일대에는 화훼단지내 186개 농가를 포함 총 215개 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다.
김형표·이호준기자 hp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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