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커녕 월급이나 나왔으면…”

일부 中企 직원들 설 선물 부담에 고향길 포기 늘어 

유럽발 재정위기에 공장 가동 ‘스톱’ 우울한 명절

“설 명절 떡값은 고사하고 월급이나 나와야지…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고향에도 못내려 갈 것 같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내 A정밀기계 회사에서 만난 K씨(43)는 지난해 9월이후부터 수개월째 이렇다할 납품 주문이 없는 40억원짜리 기어연마기 앞에서 길게 한숨만 내쉈다.

 

경북 고령에 계신 부모님은 손자가 보고 싶다고 성화지만 K씨는 변변한 명절 선물을 마련한 돈이 없어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연매출 120억원대의 A사는 지난해 9월부터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올해 매출 목표를 70~8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시흥의 제3공장도 처분하고 직원들을 제1·2공장에 배치하고 있으나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대낮에도 일부 직원들만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A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에 철강 설비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유럽발 재정 위기로 인해 납품 주문이 크게 줄어 해외시장 개척을 모색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문량이 늘어 지난해 독일에서 40여억원을 들여 구입한 기어연마기는 수개월째 제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A사는 지난 2006년 엔화 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 돼 원금 상환은 커녕 대출 연장으로 이자만 내기에도 역부족이다.

 

회사 사정이 이러하자 K씨는 명절 특별 상여금은 고사하고 월급이라도 제대로 나오길 바라고 있다.

 

이와 함께 부천시 삼전동의 B 타일 기계생산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연말까지는 겨우 버텼지만 올해 들어 주문이 크게 감소하면서 지난해 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여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부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지역 내 근로자 10인 이상 제조업체 126곳을 대상으로 이번 설 휴일수와 상여금 지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여금 지급 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는 55.6%에 불과했다.

 

K씨는 “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중소기업 등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14조원을 시중에 풀기로 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우리 같은 작은 기업들은 그런 혜택 조차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사 공장장 S씨는 “정부 지원도 결국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추가 대출이 가능하겠냐”며 “엔고로 늘어난 대출 이자율이라도 조금 낮쳐줘도 자금 회전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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