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물량 준데다 한우값 내려 설 특수 실종
“과일 값보다 싼 한우를 조상님께 대접하려 합니다.”
18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서구 가좌동의 인천축산물시장. 시장 내 수십 개의 매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
설 명절이 5일 남은데다 최근 한우 1㎏당 평균 도매가격이 1만 4천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설 음식 준비와 선물을 사기 위한 손님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설 선물을 사러온 L씨(66·여)는 “과일보다 한우가 더 싸져 올해는 친척에게 한우를 명절선물로 보낼 예정”이라며 “차례상에도 한우고기를 올려 조상님들께 더 잘 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 남동구 구월동의 인천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 시장 입구부터 여기저기 설 대목을 잡고자 상인들이 경매에서 미리 사둔 과일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손은 대부분이 빈 손이다. 곳곳에서 그저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손님들만 찾아볼 수 있었다.
선물용 사과 5㎏이 2만 5천 원, 배 7.5㎏은 2만 3천 원 가량으로 인근 대형마트보다 20%가량 저렴하지만, 지난해 7~8월 동안 계속된 집중호우로 대과의 가격이 작년 설에 비해 비싸졌기 때문이다. 조급해진 상인들은 여기저기에서 목청을 높여보지만 굳게 닫힌 손님들의 지갑을 열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상인 L씨(58)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손님이 오긴 하지만 막상 사는 손님은 열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그중 한우 값보다 과일 값이 왜 비싸냐며 항의하는 손님을 볼 때면 과일가게를 접고 정육점을 해야 할지 고민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