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려고 ‘나’를 없애는 근로자들

세금·건보료 부담에 ‘무적(無籍)’ 근로자 늘어

경기침체·고용시장 불안 장기화… 소규모 매장 중심 확산

 

경기 침체와 고용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세금과 보험료 부담을 피하려는 무적 신분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9일 인천지역 노동계와 소규모 업소 등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고용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근로자 신고와 건강보험 가입 등을 하지 않은 채 일을 하는 무적 근로자들이 소규모 매장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부미용 자격증을 가진 박모씨(27·여)는 직장 소속이 없는 무적 근로자 신분으로 1년째 피부미용 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130만 원 안팎에 그치는 월 기본 급여에서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박씨는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에서 세금을 또 내느니 차라리 무적 신분이 낫다”며 “건강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불안하지만, 경기 불황에 따른 이직률까지 높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음식점 종업원 경력 5년 차인 전모씨(42·여)도 올해 초부터 시급 5천500원의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근로 방식을 변경했다.

 

음식점 업주가 경영난을 이유로 종업원 감원 또는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안정적인 급여와 직장 생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씨는 “많지도 않은 현재 급여가 삭감되고 세금까지 내면 시급으로 일하는 금액과 차이도 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급 아르바이트로 일하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한 관계자는 “업주는 종업원의 4대 보험료 부담을 덜고, 근로자는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무적 근로자가 늘고 있다”며 “무적 근로 형태는 사고 시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적발 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가장 불안한 근로 형태”라고 말했다.

 

류제홍기자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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